공정위, 중소기업 부당 발주취소로 짖밟은 KT에 '20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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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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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패드' 만든 중소기업 몰락…상생 가장한 '갑의 횡포'

  • 공정위, KT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20억8000만원 처벌

[사진=이석채 전 KT 회장]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지난 2010년 SK텔레콤의 갤럭시탭 판매에 대항하기 위해 KT가 중소기업인 엔스퍼트와 K패드를 내놨지만 판매 부진에 따른 부당 발주취소 등 하도급위반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T가 엔스퍼트에게 태블릿 PC(K패드) 17만대(510억원)를 제조위탁하면서 제품 하자·검수조건 미충족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발주를 취소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0억8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KT는 지난 2010년 9월 13일 통신기기 제조 중소기업인 엔스퍼트에게 K패드 510억원 상당을 제조 위탁했으나 판매가 부진하자 부당 취소를 저질렀다.

당시 KT는 아이패드 도입이 삼성 갤럭시 탭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판단, 시장선점 목적으로 엔스퍼트에게 저사양 태블릿 PC의 제조를 위탁해왔다. 이석채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KT는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사례로 대대적인 홍보를 펼친 바 있다.

KT는 K패드 총 20만대 출시를 계획하고 우선 3만대를 제조 위탁한 후 초도 물품 수령에 맞춰 17만대를 다시 요청했다. 그러나 태블릿 PC 시장은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않고 시장에 출시한 K패드 3만대 판매도 저조한 상황이 이르렀다. 이에 KT는 제품 하자·검수 미통과 등을 꼬투리 잡고 전산발주를 미뤄오다 이듬해인 3월 8일 제조위탁을 취소했다.

KT는 K패드 17만대 계약을 무효화하는 대신 K패드 후속모델 E301(아이덴티티 크론)을 2만대(120억여원어치) 구입에 대한 이면계약 체결을 종용했다.

양측 간 기술 개발 실무 협의에 따른 연장 계약을 믿었던 엔스퍼트는 결국 후속모델 5만대를 납품했으나 KT의 발주 지연과 재고 부실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상장 폐지되는 사태를 맞았다.

수백억원 매출을 올리던 중소벤처기업이 KT의 대기업 횡포로 몰락 길을 걷게 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KT는 갑의 횡포가 아닌 상품하자 등 품질 문제가 가장 컸다는 이유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KT는 검수조건을 계속 변경하고 검수절차 진행을 불명확하게 하는 등 검수 통과를 매우 어렵게 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특히 엔스퍼트는 이러한 상황에도 망연동 테스트(Pre-IOT), IOT 등의 검수절차 진행에 적극 협조하면서 납기 전 까지 통과해 발주취소의 사유가 뚜렷하지 않았다.
 

[아이덴티티탭(K패드)]


공정위는 발주취소에 이를 정도로 엔스퍼트에게 중대한 책임이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다. 제품 하자의 경우는 삼성 갤럭시 탭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등 상당부분 안드로이드 OS 문제로 납기 전에 개선된 점을 지목했다.

아울러 KT와 엔스퍼트 간 17만대 무효화 계약서는 진정성 있는 합의로 볼 수 없다고 해석을 내렸다. 양 측 간에는 무효화 계약과 함께 17만대 납기를 3개월간 연장하는 합의서를 동시에 작성했고 무효화 계약일 이후에도 검수절차가 계속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엔스퍼트 입장에서는 17만 대 납기가 실제로 연장되고 무효화 계약은 중요한 의미가 없다고 인식하고 합의한 것”이라며 “엔스퍼트는 당시 사업상 KT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고 모회사 인스프리트에게도 KT는 매우 중요한 고객으로 17만대 무효화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지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IT 분야에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부당 단가인하·부당 발주취소·부당 반품·기술유용 행위 등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집중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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