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고강도 경영정상화 지침에 따른 부채감축의 일환으로 기존에 추진했거나 새롭게 추진하려던 해외사업을 속속들이 정리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짜고 구축되야 할 에너지자원개발이 단기간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페루 115 광구와 콜롬비아 CPO-2 광구 탐사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페루 115 탐사사업은 석유공사가 8만6000달러를 투자했지만 환경문제로 6년간 답보상태에 이르다가 지난해 말 중단됐다. 공사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콜롬비아 CPO-2 광구도 감사원의 성공 확률 실효성 지적에 따라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으며, 카자흐스탄 지역의 신규 광구 물색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한국광물자원공사 또한 탐사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추세다. 공사는 지난해 18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한 호주 이트클리프 광산의 니켈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페루 셀렌딘 광산에 지분 40%를 투자하려던 계획도 전면 철수했다. 최근에는 중남미 지역에서 추진하던 2조원 규모의 신규 동복합광 탐사사업도 전면 보류됐다는 후문이다.
가스공사도 2012년 602억원을 투입했던 LNG캐나다사업 지분 매각에 착수했으며, 1035억원이 투자된 모잠비크 탐사사업에 대한 지분 매각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한석탄공사는 현재 유일하게 해외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몽골 홋고르 탄광 판매처 확보와 외자 유치, 지분매각 방안 등에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한전 산하 발전사들도 해외사업에 전면적인 철수에 들어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서부발전의 경우 러시아 국영기업인 NCR과 추진한 열병합발전 사업을 백지화키로 했으며, 동서발전은 필리핀 풍력발전 사업 개발 중단 및 자메이카 복합화력 사업 등도 개발을 연기하기로 했다.
중부발전도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사업 법인의 청산절차를 진행 중이며, 남동발전 역시 올 상반기 13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불가리아 태양광 사업을 재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에너지자원개발이 정부 지침에 무작정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백억원대의 손실은 물론, 일부 해외 자원개발 경쟁국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해외자원개발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신규 해외자원개발 투자도 사라진 마당에 기존의 해외사업까지 구조조정하는 것은 그간 쌓아놓은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모조리 끊는 일"이라며 "섣부른 매각에 따른 자금적인 손실은 물론, 향후 에너지 발굴 역량과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들에게 단순히 부채감축이라는 일률적인 잣대를 강요하기 보다는 기관별 특성을 고려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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