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형태의 남북 협력 사업도 이뤄질 수 없고, 통일 준비 역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북 3대제안이 상당 기간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진상공개장에서 “박근혜야말로 비방·중상의 왕초이고 주범”이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조평통의 진상공개장은 남 측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와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 및 ‘자위적인 핵무력과 미사일 무력’,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헐뜯고 인권소동, 대북 전단 살포에 매달렸으며 급변사태설과 통일시대 기반 구축 등으로 ‘체제(흡수) 통일’의 ‘흉심’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토당토않은 무인기 사건까지 조작해 반공화국 모략선전과 비방·중상에 더욱 광분하고 있다”라고 공격했다.
앞서 북한 국방위는 12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독일은 ‘흡수통일’로 이루어진 나라”라며 “바로 그곳에서 박근혜가 자기가 구상하고 있다는 ‘통일’에 대해 입을 놀렸다는 것만으로도 불순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이어 제4차 핵실험까지 예고한 상황인데다 이번 담화에서 대화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의 갈등 국면이 당장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청와대는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통일부는 이날 "우리는 행동으로 드레스덴 선언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고 내부적으로 필요한 준비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을 구체화할 계획이었던 통일준비위원회가 이달 중 공식 출범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통일준비위 출범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4월 중 통일준비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이후 변한 것은 없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부인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박 대통령 통일 구상을 구체화할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작업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직접 맡고, 현재 민간 몫인 부위원장 자리에는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정원식 전 국무총리,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통일준비위가 출범하더라도 당장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드레스덴 제의는 대체로 북한이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들을 나열한 것”이라며 “앞으로 3∼4년 내 통일 문제와 남북관계에서 획기적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남한 정부와 향후 20∼30년을 자신의 체제 구축을 위한 기초 다지기 기간으로 보는 북한 정권의 간극을 좁히지 않으면 현 정부 임기 내 남북관계 성과를 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 방한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 안보 강화 전략 등을 폭넓게 논의하면서 북한에 태도 변화를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다음주 미국에서 만나 북한과 관련한 광범위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주변국들의 의견차가 좁혀질지 주목된다.
특히 북한의 태양절과 오마바 미 대통령 방한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있어 이번주와 다음주가 북한 태도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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