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사랑은 왜 불안한가: 하드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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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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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바 일루즈 지음 ㅣ 김희상 옮김ㅣ 돌베개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사랑은 왜 아픈가'로 한번쯤 사랑의 고통에 몸살을 앓아본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저자의 신작이다.

 이번엔 더 쎄졌다. '사랑은 왜 아픈가'가 사랑하는 남녀의 데이트 현장을 파고들었다면 이 책은 사랑하는 남녀의 ‘침실’을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저자의 분석대상은 ‘하드코어 로맨스’, 그중에서도 사도마조히즘BDSM'이다.

 일명 ‘BDSM’(Bondage and Discipline, Domination and Submission, Sadism and Masochism: 구속과 순종,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뒤섞인 성생활을 뜻하는 조어)으로 불리는 현대의 "은밀하고 괴이한" 기형적 사랑관계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 발달의 다층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에바 일루즈는 지극히 내밀하고도 개인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섹스조차 실은 다분히 사회적인 행위라고 역설한다.

 ‘사랑 문제’ 이전의 ‘섹스 문제’를 충실히 분석했다. 이성애든 동성애든 상대로 하여금 평등과 합의라는 가치를 중시하던 결혼과 사랑과 번식을 전혀 새롭게 정의하도록 강제하는 개념으로 현대의 섹스를 바라본다.  사회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섹스는 침실이라는 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어딘지 모르게 죄책감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지극한 쾌락을 맛보는 행위지만, 사회학자에게 성과 섹스는 이를 중심으로 사회질서가 조직되는 일종의 축이다. 

 2012년 영국에서 해리포터시리즈를 제치고 100만부 판매를 돌파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분석했다. . "당대에 큰 성공을 일궈낸 책은 그 사회가 품었던 규범과 이상이 무엇인지 짚어볼 바로미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소설이  그 시대의 신경줄을 건드리려면 과연 어떤 요구조건을 채워줘야 할까?'. '사도마조히즘은 과연 사랑의 새로운 유토피아인가?'를 따져본다.  '그레이의 시리즈'의 전체를 이끄는 두 주인공 그레이와 아나의 궤적,  이 시리즈가 중요한 장치로 가져다 쓰고 있는 BDSM을 인용 묘사하면서 희대의 베스트셀러가 내장하고 있는 남녀관계의 진상, 다시 말하면 한 쌍의 남녀가 ‘BDSM’ 관계(성적인 형태의 ‘주인과 노예 변증법’)를 맺으면서 변화해가는 양상을 그리는 이 소설에서 진정으로 독자가 공감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밝혀나간다.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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