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배우에 대한 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천양정여고를 진학하면서 연극반에서 활동하며 흥미를 갖게 됐다. 천우희는 “고교시절은 연극반에 대한 기억만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경기대학교 연극학과를 지원했다.
17일 개봉하는 첫 주연작 ‘한공주’(감독 천우희·제작 리 공동체영화사)와 관련해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는 “사실 어렸을 때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감수성이 풍부했을 여고생에게 일상은 무료함이 지배하고 있었다.
갑자기 딸이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그저 믿어주셨다. “저러다 말겠지. 그 나이에 갖는 막연한 꿈이겠지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네 결정이니까 잘 선택하라고 하셨다”며 “점점 커지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계속 나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인정해주셨다”고 회상했다.
“다른 분들은 어린 학생 연기하는게 좋지 않으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한테는 아쉬운 부분도 있거든요. 제 나이대 연기를 하고 싶은데, 여기서 더 나이를 먹으면 그때는 못할 것도 같고. 학생이더라도 각 영화마다 스토리가 다른 점이 위안이기는 하죠. 그래서 ‘아직 관객들께서 받아 줄 수 있을 때까지는 하자’라고 마음 먹었어요. 그래도 앞으로 딱 한번만 더요.(웃음)”
아마 천우희는 다음 작품에서도 고등학생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크다. ‘우아한 거짓말’과 ‘한공주’에서 보여준 여고생 연기가 그만큼 자연스러웠고 작품에 녹아들었다. 시골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고 서울로 도망치듯 전학을 온 한공주.
공주는 다시 시작하기 위해 올라온 서울에서 수영 연습에 매진한다. 혹시라도 ‘다시 시작하고 싶어질까봐’라는 이유로 수영 강습을 받는다. 기타를 치며 부른 노래는 공주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역할을 했다.
“원래 수영을 할 줄 아는데 못해야하는 연기라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또 겨울에 촬영하다보니 실내라도 춥더라고요. 수영이 공주에게 중요한 의미였거든요. 더 열심히했죠. 그런 점에서 노래는 더 신경을 썼어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딱히 부른 적이 없어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뽐내려고 부르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거여서요.(웃음) 기타는 그 곡만 연습해 제가 직접 쳤어요. 노래에 감정을 싣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제는 평생 연기를 하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요.”
늦게 피워 만개한 천우희의 연기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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