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백승훈 기자 =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로 치닫고 있는 초대형 여객선 '세월(SEWOL)'호 사고에 운항 인력의 변칙 운행과 자질 부족이 대형참사의 배경으로 부각되고 있다.
본래 세월호의 선장은 1급 항해사 신모 씨(47)였지만 신씨가 휴가를 떠나자 2급 항해사인 이준석(69) 선장이 운항을 맡았다. 16일 오전 8시52분 안팎의 사고 순간에는 3급 항해사인 조타수가 운항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의 선장은 1급 항해사 신씨였지만 신씨가 휴가를 가자 이씨가 대신 운항에 나섰고, 16일 오전 8시 이후에는 입사한 지 만 4개월 된 '신참' 3급 항해사 박모 씨(여·26)가 조타실 키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간 대리선장인 이씨는 조타실 밖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호텔신라 택시 사고, 송파 졸음운전 버스 사고 등의 운전기사와 마찬가지로 이씨는 일흔을 바라보는 고령운전자다. 우리사회의 '방치된 고령운전'의 문제가 다시 한 번 겹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는 3급 항해사가 당직사관으로 조타를 맡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공교롭게도 입사 4개월 된 신씨가 키를 잡았다. 세월호가 한 달에 8차례 제주와 인천을 왕복하는 것을 고려하면, 박씨의 세월호 운항 경험은 40회 남짓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대리선장 이씨에게 비난 여론이 쏟아지는 이유는 그가 290여명의 승객이 배 안에 갇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는데도 가장 먼저 탈출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씨가 해경에 침수 사실을 신고한 직후 배에서 바로 빠져나갔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구조된 후 이씨가 젖은 지폐를 말리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도 있는 데다 "나는 승무원이라 아무 것도 모른다"고 발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해사는 조타실에서 조타수에게 키 방향을 명령하는 역할을 한다. 항해사의 지시 없이는 조타수가 타각을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조타수 박씨는 항해사의 지시 없이 타각을 변경했다.
또 세월호는 침몰 사고 당시 자동운항이 아닌 수동운항을 했다. 배가 지그재그로 움직였다는 일부 승객들의 진술과 침몰 원인이 급선회 ‘변침(變針)’이라는 해경의 결론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만 4개월짜리 조타수의 항로 변경이 가능했던 당시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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