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회복세와 점진적 상승이 예상되는 물가 수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등 혼재된 재료 탓이다. 한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20일 국제금융센터 및 금융권에 따르면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향방에 대한 전망은 올해 중 동결과 하반기 조정 등으로 양분된 모습이다.
BNP파리바와 크레디트스위스, JP모건 등 해외 투자은행(IB) 일부는 한은이 올 연말까지는 금리를 묶어둘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BNP파리바는 내년 2분기까지 동결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심지어 BOA메릴린치는 "낮은 물가상승 압력, 느린 경기회복세 등으로 금리 동결이 예상보다 지속되거나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사실상 금리 인하의 문은 닫혔다는 게 시장의 주된 시각이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금리가 오를지 내릴지 모르겠다고 하면 그건 중앙은행과 장관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지금 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적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물가에 대한 단기대응이 경기의 진폭을 넓히고 안정을 해친다는 견해도 밝혔다. 사실상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연간 GDP성장률 4.0%를 전망하면서 올해 경기 사이클이 점차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내다봤다. GDP 마이너스 갭도 점진적으로 축소된다고 봤으며, 이 총재는 물가상승과 함께 GDP갭이 축소되는 시점을 금리인상 시기로 꼽았다.
한은이 예상하고 있는 GDP 마이너스 갭 해소 시기는 올 연말쯤이다. 금리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묶일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경기부양을 내세우는 정부와의 정책공조,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미국 등 대외여건 등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금리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재가 물가안정을 통화정책 수행의 최우선에 뒀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 상승압력 정도가 금리 조정 여부를 좌우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그 압력이 그리 크게 높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바클레이즈 캐피탈과 HSBC는 올해 3분기, 모건스탠리와 노무라, RBS 등은 4분기 중 한은이 금리 조정에 나설 것으로 봤다. 사실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한은은 당분간 내수부양을 위해 경기순응적 정책을 시행하다 경기회복세가 빨라지고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말~4분기에 금리 조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고 저점에서 이미 상당부분 올라왔다"면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 시기에 맞춰 오는 10월쯤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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