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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혜 체포영장 발부 [사진=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속이고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혼란과 논란을 야기한 홍가혜 씨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현재 전남 진도를 벗어나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홍가혜 씨의 정확한 소재가 파악되는 대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인인 홍씨가 경찰에 쫓기고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유는 한 종합편성채널 방송과의 인터뷰가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오전 진도 앞바다를 항해하던 세월호가 침몰했지만 민간 잠수부 투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화나 있던 학부모와 실종자 가족의 심경에 기름을 부었다.
홍씨는 당시 방송에서 자신을 민간 잠수부라고 소개하고 "해경이 민간 잠수부 투입을 막았다.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 민간 잠수부가 선내 생존자들과 대화를 했다"고 거짓 인터뷰를 했다.
그의 인터뷰가 전파를 타자 한반도는 분노에 휩싸였다. 세월호가 침몰한 직후 약 10명의 민간 잠수부가 팽목항 어귀에서 대기 중이지만 본격적으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였기 때문이다. 해당 인터뷰는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급기야 진도 체육관에서 자식과 부모의 귀환을 소원하며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던 가족들의 귀에 들어가면서 여기저기서 울분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홍씨의 인터뷰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야구 사이트인 MLB닷컴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일삼아 '허언증 환자'로 유명한 홍가혜 씨는 민간 잠수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자신을 교포로 소개하며 인터뷰했던 행적도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을 두 번 울렸다.
세월호 침몰로 울고 있는 학부모와 자식들을 울린 건 비단 홍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특종과 최초 보도에 혈안이 돼 취재원의 신상을 철저히 확인하지 못한 언론의 탓도 크다. 무엇보다 정확성이 요구되는 재난보도에서 희생자 신원 파악만큼 중요한 것이 인터뷰이(interviewee)에 대한 신상 확인이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관련 소식을 경쟁적으로 실시간 보도하는 상황에서서 언론은 '불확실한 내용은 철저히 검증해 유언비어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재난 보도 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인터뷰 강요 금지', '수집된 정보의 해당 전문가 검증' 등의 기본적 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섣부른 특종 보도는 결국 더욱 큰 혼란을 야기했고, 더 큰 분노를 일으켰다.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는 건 비단 홍씨의 거짓 인터뷰 때문만은 아니다.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 살아 있기를 희망하는 실종자의 심경을 헤아리지 않은 언론의 무분별한 특종 경쟁, 그것이 불러올 참혹한 결과에 대한 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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