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도대체 정부가 그동안 무얼 했느냐. 처음부터 구조할 생각이나 있었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닷새째를 맞은 20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는 듯 힘 없이 넋이 나가 있었다. 여기저기서 간간히 흐느낌만 들려올 뿐이다.
몇 일째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무사기원을 기다려 오던 실종자 가족들은 멍한 눈으로 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반복되는 뉴스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모세의 기적처럼 단 한명이라도 생존자가 있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노심초사 기다려보지만 시신만 수습했다는 소식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고 해역이 바라보이는 팽목항으로 나간 가족들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차가운 물속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 하나 할 수가 없다는 게 원망스러워 선창가에서 사고 해역만 바라보며 울고 또 울었다.
이날 새벽부터 간절히 고대하던 가족의 생환 대신 싸늘한 시신이 잇따라 인양되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미 데드라인을 넘긴데다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 졌기 때문이다.
팽목항 가족상황지원실 앞에 모인 30여명의 가족들은 "사고 후 5일째 만에 선체에 진입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며 "사고 초기부터 정부가 적극적인 구조의지가 없었다"고 분노했다.
실종자 명단에 포함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엄마는 "시커먼 바다 속에 있는 애들만 생각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정부가 처음부터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더라면 우리 애들이 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가장 많은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은 정부가 애초 구조를 목적이 아닌 시신 수습을 목적으로 구조작업을 했다는 점이다.
해경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잠수부 등 대규모 특수구조인력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수색에 진척이 없자 이틀째인 18일 잠수요원 590여명으로 확대했지만 생존자 구조의 최대 관건인 선내 진입에는 실패했다.
당시 해경은 사고해역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조류가 강한 데다 수중 가시거리가 20㎝에 불과해 실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 잠수사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지난 18일부터 기상악화와 상관없이 수색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후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선박 내 공기주입과 선체 진입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생존자는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하고 시신만 인양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또한 사고후 닷새가 지난 이날 오후 사고 해역에 원격조정무인잠수정(ROV)과 미국 기술진, 바지선 등 첨단 장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은 사고 직후부터 적극적인 구조 작업에 나섰다면 많은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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