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 "도대체 정부는 그동안 무얼 했나. 처음부터 구조할 생각이나 있었나?"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엿새째를 맞은 21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더 이상 나올 눈물도 없는 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여기저기서 간간히 흐느낌만 들려올 뿐이다.
몇 일째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무사기원을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멍한 눈으로 체육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뉴스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모세의 기적처럼 단 한명이라도 생존자가 있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노심초사 기다려보지만 시신을 수습했다는 소식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고 해역이 바라보이는 팽목항으로 나간 가족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차가운 물속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 하나 할 수가 없다는 게 원망스러워 선창가에서 사고 해역만 바라보며 울부짖고 있다.
전날 새벽부터 간절히 고대하던 가족의 생환 대신 싸늘한 시신이 잇따라 인양되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미 데드라인을 넘긴데다 생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팽목항 가족상황지원실 앞에 모인 30여명의 가족들은 "사고 발생 5일 만에 겨우 선체에 진입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며 "사고 초기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 의지가 없었다"고 분노했다.
실종자 명단에 포함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엄마는 "시커먼 바다 속에 있는 애들만 생각하면…"이라며 말을 더이상 잇지 못했다.
그는 "정부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우리 애들이 모두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실종자 가족을 가장 분노케 한 것은 애초부터 정부가 생존보다는 시신 수습에 맞춰 구조을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하고 뒤늦게 미국 기술진과 첨단 장비를 투입하는 등 시신만 인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동수색팀의 선체 진입으로 이날 새벽 6구의 시신이 추가 수습되자 팽목항 주차장에 마련된 실종자 신원 확인소는 가족을 포함한 모두에게 고통의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세월호 선체 내에서 인양된 안산 단원고 여학생 시신이 팽목항 신원확인소에 도착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제발 우리 자식은 아니기를 바란다"며 민ㆍ관ㆍ군 합동구조단의 시신 확인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입을 굳게 다물고 혹시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들은 딸 이름이 호명되자 끝내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오열했다.
신원확인소에 안치된 학생들은 온 몸이 굳은 채 차갑게 식어 있었다. 부모가 "엄마, 아빠가 왔다"며 온 힘을 다해 흔들어도 차가운 주검으로 변한 아이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의 울음은 그 고통의 크기와 슬픔이 주위에 그대로 전해졌다. 김모(17)양의 아버지는 시신을 확인한 뒤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우리 예쁜 새끼를 어떻게 키웠는데, 병원에 도착하면 영안실 말고 응급실로 가자. 잠깐 숨을 안 쉬는 것뿐이야. 응급실로 가서 치료 받으면 우리 딸 금방 일어나서 '아빠'하고 부를 꺼야"라면서 숨죽여 울었다.
이처럼 진도는 현재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비명으로 둘러 쌓인 채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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