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세월호 침몰사고'라는 국가적 초대형 참사가 결국 대형 인재로 판명나고 있어 박근혜정부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청와대 내 위기의식도 커져가고 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재난대응체계의 난맥상이 오히려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끓어오르는 민심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21일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부의 위기대응시스템과 공무원들의 안일한 근무기강 등에 대한 총체적 재정비를 강력한 어조로 주문한 것도 이같이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지난 17일 세월호 참사현장을 찾아 희생자 가족들을 만났던 사실을 언급하며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은 이 정부에서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다음날 현장 방문을 통해 직접 '성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직기강'을 다시 한번 다잡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여론 추이를 면밀히 살피며 후속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사고 와 관련해 책임자 문책은 물론 관련 부처 장관들을 포함시켜 국정을 쇄신하기 위한 대폭적인 개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사당국의 결과가 나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시기에 분위기 쇄신용 개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 재난 대응과 관련, 컨트롤타워 부재도 강하게 질책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안전’을 주요 국정목표로 삼아 지난해 2월 기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총괄부처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제정, 시행에 들어갔지만 막상 사고가 터지자 전혀 작동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모습만을 보여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사고 접수 후 한 시간 가까이 지나 꾸려진 중대본은 각 기관이 보고하는 숫자를 모으는 단순한 수집 역할밖에 하지 못했고, 이마저도 중구난방 집계해 오락가락 혼선을 초래했다. 결국 무력한 재난구조에 대해 국민 불신이 커지자 정부는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범사고대책본부'로 중대본을 갈아치웠다.
게다가 안행부는 사고 발생 후 무려 39분이나 지난 오전 9시31분에서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문자메시지로 첫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자신이 유선전화로 보고를 받은 지 6분이 지나서야 청와대에 문자로 세월호 침몰 사실을 알렸으며, 이후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은 즉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 전화를 걸어 직접 구조 지시를 내렸다고 청와대는 발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시점은 이미 배가 60도 이상 기울면서 급속히 침몰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 역시 이미 탈출하고 배에 남아있지 않아 ‘사후 약방문’격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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