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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강승훈(진도) 기자= "작은 희망의 불씨, 이대로 사라지나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엿새째를 맞은 21일 진도 실내체육관. 수학여행을 떠나거나 평생 기억으로 남을 추억의 여행길에 올랐다가 지금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이들의 가족들이 모였다.
한시도 잊을 수 없는 가족들이 바다 아래에 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고 가족들은 언제나 돌아올까 뜬눈으로 낮과 밤을 지새우면서 체력의 한계에 부딪혔다.
잠시 기대고 누운 차디찬 벽과 바닥이 마냥 편하다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A씨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마음으로 며칠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소식은 듣지 못했다"며 "사고를 당한 아이들이 모두 내 자식이란 심정으로 두 손을 모아 돌아오길 바랄 뿐"이라 말하고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체육관 전면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연이은 시신 수습소식이 전해질 땐 조용했던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술렁였다.
"빨리 가라앉은 배에서 내 아이를 끄집어내라." "십수년을 품 속에 두고서 키웠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라고." "평생 물을 싫어했는데 안타까워서 어쩌나."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사고 가족들은 더욱 예민해졌다. 잠수인력이 대거 투입되고 헬기, 선박이 동원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는 탓이다.
특히 해상에서의 더딘 수색ㆍ구조작업 현황이 대형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 이날 오후 한 30대 여성이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곧장 현장에 배치된 의료진이 체육관 한복판으로 달려와 응급조치와 함께 영양수액을 팔에 투여하며 긴박한 순간은 넘겼지만 이 여성은 오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흐릿해지는 자녀의 기억에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는지 이불을 얼굴 위까지 푹 덮어썼다. 주위에서는 "지금의 처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흐느껴 우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오후 한때 취재진에 격한 반응을 쏟아내기도 했다. 침통한 표정을 몰래 카메라에 담으려던 사진기자를 본 사고 가족이 촬영장비를 집어들며 거세게 항의했다.
진도 실내체육관에 모인 이들의 얼굴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혹시나 웃는 얼굴로 달려올까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흐릿한 시선으로 시종일관 먼 곳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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