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안산)= 세월호 침몰 7일째인 22일, 사고현장에서 구조된 학생ㆍ학부모들이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안산교육지원청에서 고개를 채 들지 못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도움을 요청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의 조속한 구조활동과 언론의 제 기능 발휘.
사실 이 두 가지는 사고 직후부터 계속 지적되어온 사항이지만, 여태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특히 이날 호소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마저 다소 무리한 취재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기자협회가 내려보낸 '가이드라인'을 어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눈에 봐도 실종자 가족 못지않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너무한 것 아닐까 싶은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학부모들이 발표를 끝낸 후 길 건너 100~200m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장례식장으로 걸어가는 도중 카메라와 마이크가 따라붙었다. 한두 사람이 시작한 '밀착'은 이후 10여 명이 따라붙는 모양새가 됐다.
눈물 흘리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은 대답할 힘마저 없어보였다. 그럼에도 방송 종사자로 추정되는 취재진들은 내내 옆에 따라가며 답변을 요구했다.
(취재진)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학부모 대표) "그건 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학부모들이 함께 협의해나갈 문제라…."
마지못해 대답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학부모들이 "언론은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 주십시오"라면서 호소한 눈물섞인 목소리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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