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 분노에서 체념…시신이라도 온전히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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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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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이 보이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 누군가가 제사상을 차려놨다.


아주경제(진도) 장봉현 기자= 22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 팽목항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민관군 합동수색팀은 일주일째 수색에 나서고 있지만 바라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약 없는 실종자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뜬눈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어린 학생들의 시신을 무더기로 인양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일순 술렁거렸다.

혹시나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또 한 번 무너진 것이다.

정부의 사망자 신원 발표와 인상착의 설명에 숨소리마저 죽이던 유족들은 자신의 자녀로 확인되자 "우리 이쁜 새끼가 왜 이렇게 돌아왔냐"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오열했지만 아직까지 시신을 못 찾은 가족들은 침통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실낱 같은 희망이 무너지는 이 상황을 남의 일처럼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이제 현실적으로 실종자들의 생존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시신이라도 빨리 찾고 싶다'는 심정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아직까지 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A씨는 "처음 며칠은 너무 울어서 실신하기도 했다"며 "그동안 모든 일을 손 놓고 있는 많은 가족들이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초기 대응만 잘했더라도 이런 상황까지는 안 갔을 텐데, 정말 기적처럼 우리 아이가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다른 가족의 아이가 수습됐다는 소식이 다행스럽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사고 초기 비통함과 분노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실종자 가족들이 초기보다는 한층 차분해진 것이다.

침몰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실내체육관도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지만 초기에 비해 많이 한산해졌다. 사고 일주일째가 되면서 수습하는 시신이 늘어날수록 빈자리도 늘어가고 있다.

큰 슬픔에 빠졌던 가족들도 이제는 눈물이 다 말랐는지 간간이 여기저기서 흐느낌만 들려올 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사고해역이 보이는 팽목항에는 누가 차렸는지 모를 제사상이 차려져 있다.

제사상에는 '하늘이시여 부처님이여, 살아 돌아올 수 있게 자비를 내리소서, 파도여 멈추어 다오'라는 기원문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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