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마하경영', 부실 계열사 개편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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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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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한다(주마가편). 삼성의 부실 계열사 개편 작업이 이건희 회장(사진)의 복귀로 한층 가속도를 내고 있다.

'마하경영'을 내세워 체질변화를 주문했던 이 회장의 복귀를 전후해 이들 계열사가 숙제를 푸느라 바쁘다.

최근 일련의 삼성그룹 계열사간 지분 정리와 분할 합병은 모두 실적이 부실한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지배구조재편에 대한 해석도 있지만, 당장은 이 회장이 저성장 위기를 상기시키며 싹 바꾸라는 마하경영을 강조했던 것처럼 이에 맞는 체질개선이 시급한 때다. 따라서 삼성은 지분정리 작업을 통해 부실 계열사를 살리면서 동시에 지배구조도 개선하는 일석이조의 방편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부진한 사업, 시간 없다”

이 회장이 국내 복귀한 후 첫 출근한 22일 곧바로 삼성생명을 둘러싼 다수 계열사의 지분 정리작업이 이뤄져 구조개편이 한층 탄력받는 분위기다.

6개월만에 출근한 이 회장은 이날 경영진과도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회장은 연초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며 사업구조와 시스템 혁신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최근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에 이어 삼성생명 지분 매각까지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한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제일기획, 삼성전기는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회사는 적자를 내거나 실적 감소세를 보이는 등 부진해 대책이 필요했다.

◆ 시너지 찾아 지분이동 활발

제일모직은 전자부문 성장 둔화와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했다. 이에 배터리와 전자소재의 수직계열화 시너지가 가능한 합병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삼성석유화학도 주력 화학제품(PTA)이 중국 증설에 따른 공급증가에 막혀 적자구조가 계속돼왔다. 앞으로는 삼성종합화학에 합병돼 삼성토탈로부터 기초화학 원료를 수급받는 등 개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 1월에도 적자를 낸 삼성정밀화학은 삼성생명 지분과 또다른 자산 매각을 병행, 구조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생명 외 도료업체 주식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원재료인 BT파우더 생산설비 자산을 매각해 약 1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이다.

정밀화학으로부터 BT파우더 설비를 인수한 삼성전기도 MLCC 원재료의 안정적 수급을 기대한다. 삼성전기 역시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내 삼성생명 지분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충 의미가 깊다.

그밖에 제일기획, 삼성SDS도 지난해 실적 감소세를 나타낸 가운데 이번 매각대금을 신사업 등에 투자하며 수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 “저성장기, 체질변화 기회”

장기화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 중공업 부문도 구조개편이 유력하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삼성물산에 흡수통합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온다. 실적 감소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삼성중공업도 최근 그룹 내 강도 높은 감사가 진행돼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 과정에서 자산가치 상승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사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이 합병비율에 따라 득을 볼 것이란 계산이다. 삼성물산은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주주이기도 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지분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저성장기는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은 시기라는 점에서 조직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한정된 자원을 최적 분야에 집중해 성공확률을 높이고, 사업환경의 변화에 맞춰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출자구조 효율화, 일석이조

부실 계열사의 구조개편은 그룹 지배구조 효율화와 함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삼성생명의 경우도 비금융권 계열사들과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됐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원은 “삼성그룹 소유구조의 특징 중 비판받아 온 점은 순환출자구조와 금융, 산업자본의 혼합이었다”며 “작년 이후 잦아진 삼성그룹 계열사들간의 지분 이동과 매각조치는 이 두가지 문제를 풀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우리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작년 말부터 이어져온 일련의 지배구조 단순‧효율화의 연속선상”이라며 “배경에는 7월부터 시행되는 신규순환출자금지(기존순환출자 강화도 금지) 영향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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