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역린’ 이재규 감독의 ‘현빈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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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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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역린'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2014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던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제작 초이스컷픽쳐스 파파스필름)이 22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첫선을 보였다.

‘역린’의 뜻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왕의 노여움을 뜻하는 말로, 역린을 건드린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의미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스크린 복귀작으로 ‘역린’을 선택한 배우 현빈이 왕, 정조 역을 맡았다. 현빈 외에 정재영(상책 역), 조정석(살수 역), 조재현(광백 역), 한지민(정순왕후 역), 김성령(혜경궁 홍씨 역), 박성웅(홍국영 역), 정은채(월혜 역)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역린’은 1777년 7월 28일 정조 1년에 일어난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팩션(Faction) 사극이다. 역사에서는 당시 암살 위험에 시달리던 정조가 자신의 침전인 존현각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지붕에서 소리가 들리자 금위영 대장 홍국영을 불러 수사해 자객이 침투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암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은 벌을 받는다.
 

[사진=영화 '역린' 예고편 캡처]

영화는 초반부터 화끈하게 시작한다. 운동으로 다져진 현빈의 ‘성난 등근육’이 스크린을 가득 차지했다. 운동으로 흐르는 땀은 현빈의 등에서 옆구리를 거쳐 6군데로 나뉘어진 초콜릿 복근에 살짝 고였다가 ‘뚝 뚝’ 떨어졌다.

정조는 할마마마 정순왕후에게 휘둘렸다. 오전 4시 문안인사를 올리고, 가까이 오라면 다가가고, 손을 달라면 내밀어야 했다. 정조는 힘이 없는 궁궐 안 허수아비처럼 느껴졌다.

홍국영이 역모의 징후를 포착하고 “먼저 쳐야 합니다”라고 직언을 올리지만 정조는 “아직 상중”이라며 자제할 것을 부탁한다.

이후 홍국영은 정조와 대화를 나누던 중 정조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상책의 바지에 피가 묻은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해 미행을 한다. 옷을 벗은 상책의 온몸에 난 흉터 자국과 함께 떨어진, ‘오늘 주인을 죽여라’라는 ‘금일주살’(今日主殺)이 적힌 붉은 쪽지를 보고 분노한 홍국영은 상책을 심문하지만 “임금님을 만나게 해달라”는 답변만 듣는다.

수가 틀리자 광백은 차선책으로 살수를 활용한 암살에 돌입한다.
 

[사진=영화 '역린' 스틸컷]

이재규 감독은 현빈을 적극 활용하지는 않았다. 러닝타임 135분 중 정조의 역린이 등장하는 시기는 중반을 훌쩍 넘긴 105분쯤이었다.

‘현빈이 연기하는 왕의 노여움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지쳤을 때였다. 이재규 감독은 살수 집단이 존현각으로 쳐들어가는 장면과 현빈이 활을 쏘는 장면 등을 슬로 모션으로 각 신(scene)들을 늘려놓았고 현빈의 잘생긴 얼굴과 멋진 몸매를 길게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정작 제목이 뜻하는 ‘왕의 노여움’은 짧게만 느껴졌다.

비주얼에 중점을 두다가 정작 중요한 스토리 전개의 분배에 소홀한 모양새다. 만기 전역해 ‘제대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현빈 카드’를 확실하게 활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진 제공=올댓시네마]

화려한 캐스팅인 만큼 배우들 개개인의 연기는 매우 뛰어나다. 이만한 스타들이 만나면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된다. ‘역린’에 대한 호평과 혹평이 나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킹 투하츠’ ‘베토벤 바이러스’ ‘다모’를 연출했던 인기 드라마 PD에서 이제 막 영화계로 넘어온 이재규 감독의 ‘몸풀기용’이라고 봐야 할까?

그러기에는 현빈이란 배우의 연기력과 네임밸류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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