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의 잇단 지점 통폐합 정책을 바라보는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제 살길만 찾는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 역시 무조건적인 통폐합은 소비자들의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연내에 100여개 지점을 폐쇄한다. 국내 소매금융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강도높은 지점 및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한국SC은행은 연내 50여개의 점포를 정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343개였던 지점수는 이날 현재 326개로 줄었다. 올 들어 목동트라팰리스점, 안국역 등 출장소를 모점으로 흡수시키는 등 17개를 폐쇄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당초 100개 점포를 줄일 계획이었지만 노조 측의 반발로 현재까지 줄인 지점을 포함, 연내 폐쇄하는 곳이 50개를 넘지 않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경우 190개 지점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56개를 줄일 계획이다. 다음달 9일 수원역·경서동·도곡매봉·압구정미성·이촌중앙을 시작으로 7주에 걸쳐 매주 5~10개씩 점포를 폐쇄한다. 2차로 부평중앙·청담파크·영동·옥수동·방배남·명동·부천·남영역·광장동·반포중앙 등 10개 점포도 폐쇄 대상이다.
노조측은 영업점포 폐쇄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지점 통폐합 작업을 늦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1차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한데 이어 22일 오후 2차 신청서를 냈다.
씨티은행은 특히 이번 지점 폐쇄와 함께 650명 정도의 대규모 명퇴설이 나돌면서 한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씨티은행 측은 "한국시장은 씨티그룹 내에서 미국과 멕시코 다음으로 큰 지점망을 갖춘 주요 시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계 은행의 지점 축소 움직임을 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고객서비스가 우선인 은행이 경영효율화를 이유로 무조건 지점을 폐쇄할 경우 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먼거리를 이동하게 해서 죄송하다"며 "은행에 교통비나 시간 낭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라도 하라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지점 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 외국계 은행들은 소비자에 대해 보호 관점보다는 '군림'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심각한 권리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모바일 플랫폼 발달 등 채널이 바뀐 시대에서 경영효율화로 인한 지점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에 따른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홍보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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