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학원은 꼭 ‘세월호 참사’에 손배 소송 준비해야 했나

[사진=영화 '방황하는 칼날'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다. 지난 15일 오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청해진 소속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중 침몰 사고를 당했다. 많은 이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 있다.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 학생들의 죽음에 전 세계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사교육 천국’인 대한민국에서 한 영화를 놓고 이투스교육 청솔학원 측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청소년 성범죄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 청솔학원이 범죄의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이유에서다. ‘방황하는 칼날’ 측은 순수한 감독의 창작에서 나온 이름이고 로고나 간판 모두 다르다며 학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청솔학원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양적(量的)으로 계산할 수 없으나, 포털사이트에서 ‘방황하는 칼날’을 검색하면 청솔학원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며 미성년자들을 성매매 알선에 이용하고 살인범을 숨기는 장소로 묘사돼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면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지만 꼭 지금이 적기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단원고 학생들의 비보가 전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는 학원이 ‘돈’ 얘기를 한다는 부분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방황하는 칼날’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러나 대학교 시험기간 등 영화관람 비수기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겹쳐 관객수 전체 파이가 작아진 상황이라 개봉 15일이 지났지만, 누적관객수는 85만 여명을 넘긴 상태다. 아쉬운 성적이다. 청소년관람불가영화이기도 하다.

‘방황하는 칼날’ 예고편이나 줄거리 설명에는 ‘청솔학원’이 언급돼 있지 않다. 오히려 학원 측에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청솔학원과 ‘방황하는 칼날’에 대한 연관성이 부각되고 있다.

청솔학원이 우려하는 부분은, 오히려 청솔학원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한편, 영화 속 청솔학원은 강릉에 소재하고 있는 것으로 연출됐다. 강릉에는 청솔학원이 없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화에 등장하는 청솔학원이라는 명칭은 이투스교육이 운영하는 학원 명칭과 동일하다”면서도 “관객들이 영화 속 건물을 실제 운영되는 청솔학원으로 오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영화 상영으로 이투스교육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저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