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금감원의 '사퇴 압박'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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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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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하나은행 측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금감원은 최근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 재직 당시 미래저축은행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것과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사 임직원은 퇴임 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남아있는 임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거나 실제 중징계 통보를 받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통상 사퇴해온 관례에 따라 김 행장의 거취를 두고 금융권 내 시선이 제재심의위원회로 쏠리기도 했다.

결국 중징계 결정 이후에도 김 행장이 내년 3월까지인 남은 임기를 모두 마치겠다고 밝히자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심의위원회 결과를 이른 시기에 공개했다. 공식적으로는 '사퇴를 압박한 사실이 없으며 거취는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실제 금감원의 행보는 '나가라'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금융기관 CEO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행장이 이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금감원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의 사퇴 압박은 지난해에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장기 집권의 폐해'를 이유로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장호 전 회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잔여 임기 보장이 가능한 문책경고 징계를 내린 금감원이 김 행장의 사퇴를 압박할 명분은 없다. 금감원이 김 행장의 사퇴를 종용하려거든 아예 문책경고보다 징계 수위가 높은 '해임권고' 또는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어야 했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등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금감원이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되레 금융권의 불합리한 관행을 만들어온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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