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의인 정차웅 군, 아버지 간소한 장례 & 짝사랑 소녀 사연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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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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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백승훈 기자 = ‘세월호 참사’ 9일째인 지난 24일 밤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앞 담벼락에는 꽃이 채 피기 전에 지고만 10대 아이들을 추모하고 고인이 살아있을 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말을 적은 노란색 소원지가 바람에 나부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고인과 실종자에게 마음을 전하는 추모객들은 발길을 차마 집으로 돌리지 못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나 생일을 하루 앞두고 희생된 정차웅 군의 장례식장에는 가장 많은 조문객이 다녀갔다.

정차웅 군의 의로운 모습은 가족을 닮아서였나 보다. 아들을 가슴에 뭍은 유족들은 정차웅 군의 장례용품을 가장 저렴한 최하등급을 사용했다. 장례용품 담당자는 “차웅 군의 부친이 ‘국민의 세금으로 아들 장례를 치르는데 어떻게 비싼 것을 쓸 수 있느냐’며 아들의 마지막 길을 의롭게 보내길 원하셨다”고 했다.

단원고 정문 오른쪽 허리밖에 오지 않는 낮은 높이의 담벼락 위에는 차웅 군을 짝사랑했던 한 여학생이 뒤늦게 마음을 고백하는 편지를 유리병에 붙여 놨다. 유리병은 여학생이 손으로 하나하나 고이 접었을 손톱 크기의 종이별로 가득 찼다. 꽁꽁 감춰왔던 이 고백은 바닷속에 잠긴 차웅 군에게 끝내 전달되지 못하고 말았다.

여학생이 쓴 짧은 편지는 ‘차웅아! 1년 전부터 널 좋아했었어’로 처음 시작해 ‘사랑한다고 고백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오는 거야!!’라는 탄식으로 이어졌다. 여학생은 ‘내 고백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으니깐 어서 돌아와…그냥 옆에서 몰래 바라만 봐도 난 행복하니까 제발 돌아와’라고 썼다.

그는 ‘그냥 쳐다볼 기회라도 줘! 그만 애태우고 어서 돌아와 줘…너의 그 환한 웃음 보고 싶단 말이야’라고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여학생은 편지 마지막에 ‘진작 사랑한다 말할걸. 진작 좋아한다 고백할걸…너무 후회돼. 보고 싶어 차웅아…’라고 써내려갔다.

정 군은 남윤철(35) 교사, 최혜정(24·여) 교사, 박지영(22·여) 세월호 승무원, 양대홍(45) 세월호 사무장 등과 함께 인터넷과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 '잊어선 안 될 5인의 세월호 의인들'로 꼽히고 있다.

죽음마저 의로웠던 그는 지난 22일 발인식을 거쳐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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