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전시하기전에 망설였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로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는데 '이런 밝은 그림' 을 전시한다는게 웬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작가 박현웅(45)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작품을 통해 위로를 얻고 다시 힘을 냈으면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30일부터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작가의 작품은 박하사탕처럼 시원하고 달달하다.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을 부린다. 전시장 1,2층에 40여점을 걸었다.
당장에라도 경쾌한 음악과 함께 '빵빵' 소리를 내며 달려갈 것 같은 빨간 이층 버스엔 곰돌이 봉봉이와 코끼리는 물론 아치형 테라스를 가진 이국적인 집들이 어우러져 잊었던 '여행의 추억'도 절로 꺼내게 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보다 어른을 위한 동화에요."
작가도 사는게 바빠 수년전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적이 있다고 했다. 스페인 남부지역을 20여일간 여행하면서 만난 이국적인 풍경이 이번 작품에 스며들었다.
'알바이신에서 소설쓰기', '우리의 여행은 호수를 걷는 듯', '그리움은 호수위를 흘러간다'등 작품 제목도 서정적이고 시적이다. 늘 메모하고 '손바닥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작품은 내공이 만만치 않다. 사진으로만 보면 평면그림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입체감이 두드러진다.
홍익대학교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처음에는 금속 작업을 했지만 재료와 표현의 한계를 느껴" 7년전부터 자작나무로 작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겐 핀란드산 자작나무가 캔버스다. 파스텔화처럼 은은하면서 판타지같은 분위기를 제공하는 힘이다. 나무판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세공톱으로 정교하게 나무판을 깎는다.
"기계는 힘 조절이 어려워 작은 형태는 쉽지 않아요. 더 중요한 것은 기계보다 더 수공이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여러 조각들을 미리 계획한 도면에 따라 각각 자르고 나무 표면을 깨끗하게 정리한 후 채색을 합니다. 이때 나무에서 올라오는 여러불순물을 차단하기위해 차단제를 먼저 칠하고, 채색후 바니쉬를 발라 완성도를 높이죠."
나무판은 그림에 따라 보통 적게는 3개, 많게는 8개의 겹으로 이뤄졌다. 자작나무를 자르고 붙이면서 그림을 짜 맞추는 과정 속에 이미지는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작품에 율동감과 생동감이 더해진다.
이번 전시 타이틀은 박현웅의 '숨은 그림 찾기'전으로 슥 보고 지나는 그림전은 아니다.
전시기간중 어린이날에는 관람객들이 동심의 세계에 푹 빠질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바로 그림속에서 숨은 그림을 찾는 것.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숨은 그림 찾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는 그림마다 연필 모자 팽이 돛단배 신발등을 숨겨놓았다. 모두 찾으면 작가의 귀여운 '손 그림'을 선물할 예정이다.
소년같은 열정을 가진 작가는 '인생은 희로애락의 칵테일'이라는 것을 안다. 깎고 자르고 파고 칠하며 스스로를 불태운다.
"하루 꼬박 10시간은 작업해요. 지루하다고 느꼈으면 이 작업 못했겠죠. 행복합니다. 제가 작업하면서 느낀 이 행복을 내 작품을 보는 모두가 느낄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시는 5월 20일까지.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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