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사고로 슬픔에 빠진 분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고 싶었습니다.”
스물 세살밖엔 안된 노승열(나이키골프)이 미국PGA투어 취리히클래식 (총상금 680만달러)에서 데뷔 후 첫 승을 거둔 뒤 한 말이다. 미국 무대 진출 3년만에 처음 우승한 것만으로도 감격에 겨워할만한데, 참담한 처지에 놓인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먼저 전했다.
노승열은 28일(한국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TPC 루이지애나(파72)에서 끝난 대회에서 4라운드합계 19언더파 269타(65·68·65·71)로 앤드루 스보보다, 로버트 스트렙(이상 미국)을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노승열은 이 우승으로 일곱살때 골프클럽을 잡은 이후 꿈이었던 2015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었다. 물론 내년부터 2년간 미PGA 투어카드도 확보해 당분간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노승열은 미PGA투어에서 한국(계) 선수로는 일곱째로 우승한 선수가 됐다. 그동안 투어에서는 최경주(SK텔레콤)가 8승, 재미교포 앤서니 김이 3승, 양용은(KB금융그룹)이 2승씩을 올렸고 케빈 나(타이틀리스트), 존 허, 배상문(캘러웨이)이 2011∼2013년에 한 번씩 우승컵을 안았다. 한국계 선수들은 이로써 미PGA투어에서 통산 17승을 합작했다.
오는 5월29일 23세 생일을 맞는 노승열은 교포를 제외한 순수 한국인 챔피언 중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에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노
승열은 첫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2번홀(파5)에서는 동반플레이어이자 메이저대회 챔피언인 키건 브래들리(미국)가 버디를 잡은 바람에 공동 선두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시속 30마일에 달한 강풍과 최종일 우승경쟁의 압박감은 경쟁자들에게 더 부담을 주었다. 브래들리는 6번홀(파4)에서 티샷을 워터해저드에 빠뜨린데 이어 3퍼트까지 겹쳐 트리플보기를 하고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이글과 연속 버디를 잡고 추격하던 스트렙도 9번홀(파3)에서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들어가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승부의 분수령은 13번홀이었다. 짧은 파4홀인 이 곳에서 노승열의 드라이버샷은 그린을 넘어 러프에 떨어졌다. 내리막 라이인데다 플레이선에는 벙커가 놓여있었다. 약간 강하게 맞은듯한 노승열의 피치샷은 깃대를 맞힌 뒤 홀옆 90㎝지점에 멈췄다. 행운이었다. 노승열은 버디를 잡고 다시 3타차 선두에 나섰다. 노승열은 17번홀(파3)에서 4.2m거리의 쉽지않은 파세이브 퍼트를 성공하며 2타 리드를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노승열은 ‘대선배’ 최경주가 2002년 투어 첫 승(당시는 컴팩클래식)을 거둔 대회에서 처음 우승하는 인연을 맺었다. 노승열은 “다음주 웰스파고챔피언십과 그 다음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출전해 투어 2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는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전 세계랭킹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 등과 함께 공동 25위, 배상문과 위창수(테일러메이드)는 6언더파 282타로 공동 34위, 양용은은 4언더파 284타로 공동 48위를 차지했다.
◆한국(계) 선수들의 미국PGA투어 우승
※28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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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승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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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8승(2002 컴팩클래식∼
2011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앤서니 김 3승(2008 와코비아챔피 언십·AT&T내셔널, 2010 셸휴스턴오픈)
양용은 2승(2009 혼다클래식·
USPGA챔피언십)
케빈 나 1승(2011 JTS아동병원오 픈)
존 허 1승(2012 마야코바클래 식)
배상문 1승(2013 바이런넬슨챔 피언십)
노승열 1승(2014 취리히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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