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 부실이 4대 금융그룹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각각 3735억원, 19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0억원(9.2%), 955억원(33.1%) 감소했다.
조만간 실적을 발표하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실적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작년에 견줘 그다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 부실이다.
하나금융은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추가 손실에 따른 충당금 655억원을 적립했고, KB금융도 적지않은 금액을 쌍용건설 관련 충당금으로 쌓았다.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 등의 1분기 대손 충당금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한진·동부그룹도 은행들에게는 큰 짐이다.
채권단이 지난해 10월 이후 현대그룹 지원에 쏟아부은 돈은 6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감안하면 조만간 현대그룹 한 곳에 지원한 금액만 1조원에 달하게 된다.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은행들이 제때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09년 0.56%, 2010년 1.07%, 2011년 0.84%, 2012년 0.92%, 2013년 0.88% 수준이었지만 올해 1분기 들어서는 1.32%에 이른다.
대출의 '질'도 나빠져 하나은행의 고정이하 기업 여신은 2012년 1분기 9천822억원 수준이었지만 2013년, 2014년 1분기에는 각각 1조540억원, 1조5364억원으로 급증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말 전체 기업대출에서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최근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업의 부실이 더 심해져 은행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STX그룹 등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이 적자가 난 것은 외환위기의 후폭풍이 이어졌던 2000년 이후 13년 만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