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김관영 한국리츠협회장의 목표는 리츠 설립 등록제 시행, 자금 공모 활성화다. 그는 국내 리츠산업의 발전을 위해 연말까지 이 두가지만은 꼭 이루겠다는 다짐이다.
지난 21일 오후 강남구 역삼동 제이알투자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김관영 회장(제이알투자운용 대표)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광화문, 강남 등을 오가는 바쁜 일정에도 지친 기색이 없었으며, 인터뷰 내내 리츠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 전문인력 양성에 중점
한양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가 부동산 투자업계에 뛰어든지 13년. 김 회장은 리츠산업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훗날 산업을 이끌어 갈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퇴 후 자신을 필요로 하는 학교가 있다면 강단에 설 생각이 있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어 직원들에게는 "함께 리츠산업을 키워보자.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가 전문인력이 돼야 한다"는 말로 동기 부여를 한다고 전했다.
김관영 회장은 개척자 정신을 갖고 시장을 선도하는 인물로 꼽힌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은행 조사부에서 첫 직장 생활을 했다.
3년 후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로 유학을 떠나 부동산 금융을 전공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 정책 담당 연구위원을 역임했다. 2002년 부동산투자자문회사인 '저스트알(Just R)'을 설립하기 전 약 8년간은 한양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올해 2년간의 리츠협회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리츠 관련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규제완화 추세와 맞물려 리츠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김 회장은 "부동산펀드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설립을 보다 쉽게 허용해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일반인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자금 모집 형태를 사모제에서 공모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운용 중인 84개 리츠에 대해 수익률이 일반 국고채보다 높은 점 등을 바탕으로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 해외투자리츠 시장 개척
김관영 회장이 대표로 있는 제이알은 최근 국내 리츠업계에서 최초로 해외투자리츠를 선보였다. 지난 3월 국토부에 일본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해외투자리츠(제이알글로벌제1호위탁관리리츠)의 영업인가를 신청한 것.
김 회장은 "국토부 실사를 거쳐 다음 달 초에는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정이 다소 미뤄지고 있는 데에는 해외투자리츠 사례가 처음이어서 검토해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투자대상은 일본 동경 아카사카 소재 '스타게이트빌딩'으로 지하 2층~지상 16층, 연면적 1만7500㎡ 규모의 오피스빌딩이다. 오릭스생명, 스타뱅크 등이 세 들어 있다.
제이알은 지분 인수금액으로 1500억원(45%)을 예상하고 있다. 리츠 설립 후 국내에서 736억원을 사모로 모집하고 나머지는 일본 현지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 부동산 투자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환 리스크를 꼽았다. 다만 원화 변동폭이 큰 데 반해 일본의 경우 금리가 낮아 헷징하면 연 2.5%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등 투자 대상지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또 초기 해외 진출 단계에서 문제 발생 시 바로 뛰어들 수 있어 일본을 첫 투자 대상지로 삼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해외 투자는 상징성과 유동성이 중요하다"며 "일본 도쿄에서 프로젝트를 추가로 성공시킨 뒤 미국(뉴욕), 유럽(런던) 등으로 발을 넓힐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0~20년 후 직접투자 형태로 해외에 진출한 리츠가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김 회장은 "현재 코람코 등도 해외투자리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은 부동산펀드를 비롯해 자산운용업계가 해외에 단독으로 진출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공간+문화… '리츠가 나아갈 길'
김 회장은 최근 '공간'이라는 개념에 빠져 있다. 10년 신생산업인 리츠도 결국 좋은 공간을 점유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는 수익을 내고 산업은 발전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의식주 가운데 특히 공간과 관련된 산업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며 "최근 공간이 문화와 결합해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거리였던 신사동 가로수ㆍ세로수길이 사람들이 찾을 수 밖에 없는 문화의 거리로 탄생한 것을 일례로 들었다.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 투자대상도 마찬가지로 수익을 내는 물건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재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로 문화를 결부해야 사회적 가치가 보존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경리단길, 이태원 등이 가진 콘셉트는 충분히 다른 지역으로 파급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며 "리츠산업도 궁극적으로는 문화코드와 접목한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역의 특성 및 문화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한 만큼 이를 운용하는 업체들의 투명성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문화코드와의 결합은 투자 대상인 부동산으로 할 수 있는 최적의 사회 공헌으로 생각한다"며 "도시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산업도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이상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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