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승자의 저주'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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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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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포스코도 ‘대우’에 백기를 들었다.”

포스코가 지난 2010년 5월 인수한 종합무역상사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매각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에 대우그룹 임원 출신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옛 ‘대우’ 계열사들은 말 그대로 최대 이슈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증권, 대우자동차(현 한국GM),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각 업종에서 1, 2위를 다투는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재계는 옛 대우 계열사를 잡으면 해당 분야에서 선두를 치고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출혈을 감수하면서 인수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독배’였을까? 대우를 차지한 기업들마다 홍역을 치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됐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로 인해 그룹 전체에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3년도 채 안된 2009년 대우건설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소유가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 한화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격은 6조5000억원.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화는 2009년 1월 인수를 포기했다. 한화는 산업은행에 납부한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중이다. 또한 인수 포기 후 김승현 회장의 폭행사건 등 총수 일가가 갖가지 사태에 개입되면서 그룹 경영 공백 상태까지 몰리고 있다.

흔히들 대우 계열사를 인수한 뒤 홍역을 치룬 재벌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고 하는데, 이제 그 분위기가 포스코에도 감지되고 있다. 매각을 검토하는 표면적인 이유로 인수를 통해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미흡하고 3자간 거래 중심의 사업 특성상 높은 부채비율이 포스코의 연결 부채 비율로 전가되면서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과의 물리적·화학적 융합에 실패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새 식구들에게 “대우의 문화를 존중하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주겠다”며 포스코 본사 파견인력도 최소화 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도 감당할 수 없는 업체였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파견되는 포스코 직원 수는 늘었고, 대우인터내셔널 사람들은 이에 반발해 사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이별의 수순으로 가는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출신들은 중요업무에 대해 자사 출신 임원에게만 보고하고, 포스코 인사에게는 비밀로 하는 경우도 있다”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통제되지 않는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에게 ‘너희들을 버릴 수도 있다’는 압박용 카드로 매각을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우그룹의 응집력과 문화는 대우세계경영연구회와 대우인회 등을 발족시켜 모임을 갖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라진 업체 임직원들이 OB모임을 만든 것은 대우가 유일하다. 대우 출신 OB들은 매년 이들이 여는 행사에 참석하며, 김우중 전 회장을 보기 위해 모인다. 새 주인에게 넘어간 회사들은 행사에 화환을 보낸다. 또한 이들은 여전히 김 전 회장의 명예회복을 위해 뛰고 있다.

따라서 대우 문화에 정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대우그룹 계열사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김 전 회장에 버금가는 카리스마를 갖춘 인사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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