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한국은행은 30일 가계의 재무건전성에 대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자산 증가가 둔화한 가운데 부채 증가율이 상승한 점, 저금리와 지출 감소에 따른 가계수지의 취약성 등의 위험요인이 있어 소득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 가계 금융부채 증가율 상승…종합수지도 바람직하지 않아
이날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모든 소득분위에서 보유 실물ㆍ금융자산의 규모가 금융부채 규모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면서 "이를 중심으로 볼 때 우리나라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것을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가 보유한 실물자산 및 금융자산 규모는 각각 5694조원(추정치)과 2642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부채(1223조원) 대비 각각 4.7배 및 2.2배 수준이다.
지난해 가계 전체 금융자산에서 보험 및 연금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8.9%로 전년(24.4%)보다 늘었다. 반면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전체 부채의 41%에 달해 자산 규모를 웃돈다. 실물자산 증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금융자산 증가율이 다소 둔화되고 있는 반면, 금융부채 증가율은 상승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3월말 현재 14.3%에서 연말 14.7%로 높아졌다.
이자와 비이자수지를 합한 가계의 전체적인 종합수지도 전년동기와 비교해보면 올해 3분기까지 4~8조원 정도 증가하다가 4분기에는 전년과 동일한 수지를 나타냈다.
비이자수지는 이자소득을 제하고 가계소득에서 지출을 뺀 것이다. 흑자 규모는 분기별로 꾸준히 늘어 지난해 4분기 중 4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한은은 "가계소득 흐름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계 지출이 소득에 비해 더욱 위축됨에 따라 늘어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2010년 이후 가계 본원소득 증가율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가구당 가계지출 증가윤은 2011년 이후 가계소득 증가율을 상당폭 밑돌고 있다.
이자수지 흑자규모는 2012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4분기 중 3000억원 흑자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에 비해 뒤떨어진다. 가계 소득 흐름에 전혀 긍정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 시장금리 상승, 가계 감내할 수 있어…이자수지 개선도
한은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이 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도 실시했다.
지난해 3월말 현재 위험가구와 위험부채 비중은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 및 전체 금융부채 대비 각각 4.7%와 8.2%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견주면 위험가구는 큰 변화가 없으나 위험부채 비중은 2.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한은은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소득 1~2분위 가구를 중심으로 위험가구 비중은 1%포인트 내외로 늘어나고 소득 4분위 가구도 0.4%포인트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 통제된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금리, 소득, 주택가격 등의 측면에서 동시에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거시경제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오히려 시장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수지 개선을 가져온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 전체적으로 이자수지 흑자규모는 2조8000억원 내외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빚이 없는 가구의 이자수지 흑자 폭이 빚을 가진 가구의 적자폭을 웃돌기 때문이다.
다만 빚이 있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대비 이자수지 적자 비율은 비교적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구당 분기 평균 14만원 내외가 이자수지 적자 증가액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금리 상승으로 가계가 저축을 늘리면 금융자산이 쌓여 부채 규모가 줄어들 수 있는 점도 이자수지 개선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한은은 "가계 소득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금융거래비용 축소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저소득 계층의 채무부담이 저하될 가능성에도 정책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충ㆍ운용하고,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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