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지난 23일 개봉 첫날부터 강세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와 기말고사 기간이 겹치면서 영화 관람객 전체 파이가 절반 가까이로 뚝 떨어졌지만 ‘거미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23일 19만 860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4일 17만 5158명, 3일차 금요일에는 24만 6981명. 주말인 토요일, 일요일 각각 53만 3197명, 51만 5992명 등 흥행세를 이어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이전에 1위였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22일 2만 1728명에 그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스크린 점유율로 따지자면 26일이 30.8%였으며 상영 점유율은 48.3%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상영된 영화 횟수의 절반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차지였다는 의미다.
‘거미맨’의 어메이징한 흥행비법이 스크린 독과점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재미가 없는데도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흥행 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재능도 없이 돈을 이용하거나 연줄을 타고 국가대표로 발탁된 운동선수는 제 역할을 못하고 국민들에게 욕을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다른 좋은 영화들이 영화관람 피크 시간대에 편성되지 못함에 따라 다양성이 훼손되고, ‘결국 볼 영화가 없어서 ‘거미맨’을 봤다’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되는 영화’를 미는 복합상영관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최소한 괜찮은 시간대에 다양한 좋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진정한 영화계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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