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전보고서] 소득은 낮은데 돈 쓸 곳은 많고, 빚 부담까지…살림살이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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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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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가계소득 증가세는 더딘 반면 주거비 등 경직적 지출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가계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소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주장이다.  

◆ 소득 증가세 '게걸음'…주거비ㆍ교육비 등 지출부담은 '고공행진'

30일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소득(가계+기업)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0년 80.6%에서 2012년 72.8%로 떨어졌다.

2012년 기준으로 가계소득이 국민총소득(GNI)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62.3%로 영국(74.3%), 독일(77.0%) 등에 비해 매우 낮았다.

그동안 실질임금 상승이 제약되면서 근로소득이 가계소득 증가에 기여하는 규모가 저하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당 기여도는 1990년대만 해도 8.1%포인트에 달했지만 2012년 3.0%포인트로 하락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고금리 이자를 적용하는 비은행 금융기관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가계소득 대비 이자수지 흑자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가계소득 대비 이자수지 비중은 2012년 현재 0.5%로 일본(1.8%), 독일(0.9%), 프랑스(0.8%) 수준을 밑돈다.

베이비부머 퇴직에 따른 자영업자 간 경쟁 심화와 경기회복 지연으로 사업소득을 제약한 것도 일정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다. 2012년 자영업자 평균 개인소득은 3472만원으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문제는 규모가 크고 필수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경직적 성격이 큰 부문의 지출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주거비와 교육비, 공적연금ㆍ사회보험 및 의료ㆍ보건 비용 등이 여기에 속한다.

전체 가계지출 내에서 이들 항목의 비중은 2003년 26.4%에서 지난해 29%로 증가했다. 이 기간 주거비 지출 비중은 7.8%에서 8.2%로 늘었고 공적연금ㆍ사회보험 및 의료ㆍ보건비용은 9.8%에서 12.1%로 증가했다. 주거 관련 서비스비용이 증가한 데다 전세가격 상승, 월세 확산 등과 인구 고령화 때문이다. 

교육비의 비중은 전체 지출 가운데 8.7%로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한은은 "공교육비 부담이 감소하고 있으나 사교육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지출 부담이 여전히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초ㆍ중ㆍ고교생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1인당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2013년 23만9000원으로 전년(23만6000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 가계 금융부채, 자산보다 증가세 빨라…교육비 관련 부채만 30조원

소득 증가의 걸음은 더딘데 비해 부채는 빠른 속도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가계의 이자부담을 키우고 있다.

가계 전체 금융자산 2642조원 중 보험 및 연금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8.9%로 전년(24.4%)보다 늘었다. 하지만 금융기관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전체 금융부채 1223조원의 41%에 달해 자산규모를 웃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3월 말 14.3%에서 연말 14.7%로 높아졌다.
 
2012년 말 현재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도 전년대비 12.3% 늘어 전체 가계부채의 증가율(6.0%)을 두 배나 앞질렀다.

우리나라의 학자금 및 사교육비(학원 및 보습 교육) 등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28조4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전세자금대출(60조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소득 1분위 저소득 계층이 전체 대출의 3.8%를 교육비로 쓰고 있었으며, 이는 4분위(2.2%)와 5분위(1.0%)를 차지하는 고소득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았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자녀교육을 위해 빚을 끌어쓴다는 얘기다.

한은은 "대부분 교육비 지출이 부채가 아닌 가계소득에서 충당돼 왔기 때문에 "향후 가계 소득흐름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교육비 관련 가계부채는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 대출이 처음으로 전체 가계대출 중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고금리 이자를 물리는 비은행권 대출의 증가세도 부채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교육비 중 비은행권 대출 잔액 비중도 41.9%로 은행(25.4%) 및 한국장학재단(32.7%) 대출에 비해 높다. 

한은은 "우리나라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하나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근로소득 기반을 확충하고 높은 수준의 금융거래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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