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금융감독원은 전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부정ㆍ비리 혐의 등을 파헤쳤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애초에 금융당국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다시 검사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현재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핵심 타깃인 것으로 보인다. 중징계 처분을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도 검사 강도를 높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금감원은 최근 하나캐피탈과 하나금융에 대한 제재를 계기로 김승유 전 회장의 미술품 구입, 거액의 특별 퇴직금과 고문료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있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특히 금감원은 지난 2005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하나금융을 이끌어 온 김 전 회장이 과도한 미술품을 구매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개별검사를 실시 중이다.
은행이 4000여점의 미술품을 보유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며,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미술품이 거래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은 또 2012년 회장직에서 물러날 당시 2년 계약으로 고문직을 맡으면서 받은 5억원대의 고문료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퇴직금 규정이 없는데도 특별 퇴직금으로 35억원을 받았다. 이중 일부만 하나고교 등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금융당국은 이 부분도 문제삼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은 "미술품 중 상당수는 보람은행, 서울은행 등을 합병하면서 보관하게 된 것"이라며 "고문 대우나 퇴직금 지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김 전 회장에 대해 별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행장이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금융당국이 김 전 회장에 대한 검사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김 전 회장과 함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강만수 전 산은금융그룹 회장 역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초 강 전 회장은 자회사인 대우건설 분식회계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조사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산업은행은 물론이고 강 전 회장에 대한 조사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청해진해운에 100억원의 대출을 해줬으며, 금융당국은 특혜대출 의혹에 대해 특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서 사건ㆍ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한만큼 이른바 MB 금융인에 대한 조사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