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아파트 경매시장이 날개를 활짝 폈다. 지난 4~5년래 최고 활황기다. 반면 매매 시장은 정부의 임대소득 과세 방침 발표 이후 상승세가 꺾인 후 결국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구조 변동이 경매시장 고공행진과 집값 하락세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매시장에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며 연일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상승세인 반면, 매매 시장의 투자수요는 관망세로 돌아서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저가 매물만 소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매시장 연일 고공행진…"경매로 내 집 마련하자"
1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7.23%를 기록했다. 2009년 9월(91.22%) 이후 55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 3월 4년여 만에 85%를 넘어선 데서 더욱 오른 것이다.
낙찰가율이 치솟으면서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고가낙찰 사례는 20건으로 2010년 1월(22건)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달 28일 서울북부지법 경매8계에서 진행된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삼성쉐르빌 98.5㎡(이하 전용면적) 물건은 총 12명이 입찰해 3억2752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3억2100만원으로 낙찰가율은 102.03%에 이른다.
지난달 9일 서울남부지법 경매3계에서 진행된 양천구 목동 행복자(정훈)아파트 63.37㎡ 물건도 총 35명이나 입찰해 감정가 2억1000만원의 103.41%인 2억1716만원에 낙찰됐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몰려 각종 경매지표가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보통 3~6개월 이전에 산정되는 감정가보다 현재 시세가 더 높다 보니 감정가에 가까운 가격을 적어내더라도 급매물보다 저렴하다는 인식에 실수요자들이 많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지개 펴던 집값, 임대소득 과세에 '찬물'
반면 기존 주택 매매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1% 떨어졌다. 3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12월부터 오름폭이 확대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는 임대소득 과세 방침이 포함된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84㎡는 올해 초 11억~11억5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11억원 이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9억6000만~10억1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84㎡ 역세권 매물은 현재 9억40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저층 매물은 8억5500만원짜리도 나왔다.
잠실동 골드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급매물이 대부분 소화됐지만 최근 들어 급매물이 다시 나오고 있다"며 "매수 수요는 있지만 임대소득 과세 발표 이후 관망세로 돌아선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셋값과 매매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실수요자들이 경매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반면 매매시장은 저가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투자 수요는 임대소득 과세 이후 관망세로 돌아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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