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해경 '침몰'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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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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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동대응부터 부실 투성이, 언딘 유착설 등 국민 불신 증폭


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해경이 좌초 직전이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초기부터 총체적 부실대응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고는 수학여행에 나섰던 고등학생을 포함해 300여명의 희생자 또는 실종자를 낸 대형 참사로 기록됐다. 수색 및 구조작업을 총괄하는 해경의 잘못된 초동대처로 피해를 키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경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구조가 가능한 이른바 '골든타임'은 사라졌고, 이제는 사고 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꺾였다.

◆매뉴얼 있으나 마나

해경의 초기 대응은 문제점 투성이다. 배가 점점 가라앉고 있는 사이, 신고하는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묻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반복했다. 이때 4분이 흘렀다.

해경의 구조 헬기는 20분 거리인 목포공항에서 떴다. 그렇지만 신고가 접수된 지 35분이 지나서야 사고 해역에 도착했고, 왜 그랬는지 명확한 설명조차 없다.

해상 사고 발생에 대비해 만든 구조 매뉴얼은 실제 상황에서 무용지물였다. 
 
매뉴얼을 보면, 선박 내 탑승자 구조작업이 신속하게 수행돼야 한다고 명시됐다. 또 선체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수색 작업에 활용하라고 돼 있다.

하지만 당시 해경은 선원과 선장 등 탈출하는 승객을 돕느라 배 안에 갇힌 수 백명의 인명을 외면했다. 또 조타실에서 구조한 선원들은 곧장 육지로 옮겨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500명 가까운 잠수요원이 현장에 불러다놓고 수중에 투입하지는 않았다. 매뉴얼엔 '곧바로 잠수부를 투입해야 한다'고 적혔다. 그나마 전복 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24분 잠수부 4명이 선체 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혼자 살겠다고 속옷차림으로 탈출한 이준석 선장을 유치장이 아닌 경찰의 집에서 재운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이 선장을 수사할 당시 음주측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난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책임을 통감한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초기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다.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질타를 머리숙여 받아들이겠다"고 사과했다. 

◆'대피하라' 방송했나

세월호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은 승객들에게 대피하라는 퇴선 방송을 수 차례 했다는데 누구도 듣지 못했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다.

탑승객들에 외부에서 퇴선 방송을 한 지난달 16일 오전 9시30~35분. 해경 123정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세월호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작은 점 형태일 뿐이다.

승객 대부분은 선내 방송만 믿고 선실에 대기 중이었다. 바다 위에 뜬 헬기 소음에 어떤 소리도 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경 123정은 침몰 중인 세월호와 교신도 하지 않았다. 갑판 위로 나오거나 필사적으로 탈출하던 승객들을 구조하기에 바빴다. 

◆수사지휘 업체 유착설

해경 수사지휘의 실세인 고위 간부가 세월호 운항사와 끈끈한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총괄하던 이용욱 해양경찰청 정보수사국장은 이른바 '유병언 키즈' 의혹의 장본인이다. 청해진해운 전신인 세모그룹 유병언 전 회장의 '장학생'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 국장은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세모그룹 조선사업부에서 근무했다.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 구원파를 믿게 되면서 1991년 세모그룹에 몸을 담았다.

세모그룹에서 일하던 1997년 8월 부산대 조선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국장은 그해 해경 경정으로 특채됐다. 해경으로 자리를 옮긴 이 국장은 자연스럽게 구원파에서도 발을 뺐다.

당사자인 이 국장은 곧장 해명했지만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는 게 사실이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 국장은 "세모에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무원 근무상황관리시스템에 동(同) 사실이 등재돼 있어 대외적으로 숨겨온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사고가 일어난 뒤 초기 수사를 지휘했다는 것과 관련해 "(지난달)16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안전총괄부장인 이평현 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수사본부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해경 특채과정에서 유 전 회장의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도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불어 "1997년 특채 때 조선공학박사 학위 소지자 특별 자격으로 정식 절차에 의해 채용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국장이 부산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을 때 논문을 보면, '도와주신 분들' 명단에 유병언 전 회장과 당시 세모그룹 임원들이 여러 명 포함돼 있다. 더불어 유 전 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면학의 계기를 만들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유병언 전 회장으로부터)장학금을 받은 적이 없다. 등록금을 다 개인 사비로 했다. 본 사건과 관련해서 청해진해운이나 세모그룹의 어느 누구와도 통화한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다"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일축했다.

결국 이 국장은 전격 경질됐다. 해경은 이 국장을 본청 국제협력관으로 보직 이동시키면서 거센 잡음을 줄였다.

◆해군 투입 왜 막았나

가족들은 해군의 투입을 간절하게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애타게 요청하던 순간 해경이 이를 막은 것이다.

해군 특수전전단(SSU)과 해난구조대(UDT) 등 최정예 특수대원 20여명은 사고 당일 낮 12시4분 가장 먼저 사고해역에 도착했지만,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물속에 들어가진 못했다. 추가로 달려온 45명 모두 대기만 했다.

민간업체 언딘의 투입을 위해 해경이 현장 접근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해경은 "언딘이 급하게 오느라 장비와 인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국방부 역시 "해군 대원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해경이 민간업체 언딘이 먼저 잠수해야 되니까 들어가지 말라고 통제했다"고 공식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이날 오후 6시께 해군 SSU대원 4명 2개조가 잠수해 최초 하잠색(인도선)이 설치됐지만 해경이 조류 등을 이유로 추가 잠수를 막았다고 한다.

해경이 해군 헬기와 함정의 현장 접근조차 막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에 도착한 해군 헬기가 인명구조를 하겠다고 했는데 해경측이 2마일 상공에서 체공하라고 요구, 결국 이 헬기는 대기상태로 있다가 기지로 돌아갔다.

◆민간구조 언딘은

민ㆍ관ㆍ군 잠수사는 재난구호 책임기관인 해경의 주도 하에 탐색ㆍ구조활동을 벌인다.

해경은 수중수색에 순위를 정하면서 언딘을 가장 우선으로, 다음으로 해경과 해군 순으로 짰다. 정부가 공공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 해경의 지원 아래 현장을 독점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심지어 언딘이 민간 잠수부들이 발견한 시신 인양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일고 있다.

해경이 언딘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특혜의혹도 확산 중이다.

경기도 판교가 본사인 언딘과 유사한 구난업체는 전국에 39곳이 있다. 특히나 사고 지점으로부터 가까운 전남 목포와 완도에만 6곳이 운영 중이다.

그러자 해경과 언딘간 유착설도 흘러나온다.

해경이 유독 한 곳에만 수난구호 종사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 언딘의 김윤상 대표와의 관련설이  나온다.  김 대표는 해양경찰청의 법정단체로 지난해 1월 출범한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다. 이 협회의 부총재에는 해경청 고위 간부 여러명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해경은 "법에 따라 청해진해운에게 구난을 지시했다. 청해진해운이 언딘과 선박구난 계약을 한 것"이라며 "해경과 언딘은 계약 관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청해진해운이 언딘과의 계약 배경이 해양경찰청 외압 탓이란 주장도 있다. 다시 말해 해경이 청해진해운에 언딘을 직접 소개했고, 이로 인해서 계약이 이뤄졌다. 또 정식이 아닌 약식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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