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미국 인종차별 아직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5-03 11:4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미국'하면 흔히들 하는 말이 '자유와 기회의 나라' '만인이 평등하고 차별 없는 나라' 등이다.

누구든 열심히만 일하면 다른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것이 흑인 됐건 동양인이 됐건 말이다.

하지만 미국에 오래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도 그 말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미국 곳곳에서는 아직도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때문에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이들이 절망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흑인의 경우 아직까지 노예시절 받았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도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이 많다.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가 살아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쩌다 언론에서 노숙자 출신 흑인 학생이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하지만 정말 가뭄에 콩나듯이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흑인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흑인 중에서도 역경을 딛고 열심히 공부해서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수계를 바라보는 주류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가 각각 조금씩 떼어준 땅을 갖고 다이아몬드 꼴로 만든 계획도시다.

의회의사당을 중심으로 4등분을 했는데, 개발이 가장 잘 된 번화가는 북서쪽에 많고, 남서쪽은 상당 부분이 강으로 이뤄졌다.

북동쪽은 언제부터인가 히스패닉이 많이 몰리고 있다. 워싱턴DC에서 가장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무서운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바로 남동부 지역이다.

이곳의 주류는 흑인이다. 타인종들 사이에서는 이 지역으로 잘못 들어갔을 경우 교차로에서 신호가 걸려도 멈추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개발사업에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흑인들이 모여 사는 더럽고 범죄가 많은 도시 라는 선입견과 편견 때문에 발전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최근들어 일부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얼마전 미국 프로농구팀 LA클리퍼스의 구단주가 흑인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흑인과 어울려 다니지 말라'는 말을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흑인들은 말한다. 백인들은 '앞에서는 흑인들에게 친절한척 하지만 뒤에서는 흑인들을 무시한다'고 지적한다. 흑인의 피가 섞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백인들이 많다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어머니는 백인인데도 말이다.

내년이면 흑인 인권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던 '로사 파커 사건'이 일어난지 60년이 된다. 당시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흑인 여성 로사 파커가 경찰에 체포됐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마틴 루터 킹과 같은 흑인인권 운동가가 나왔고 결국 미국 땅에 인종차별금지법이 생기게 됐다.

흑인들은 법은 있지만 아직도 백인들의 머리와 마음 속에 흑인에 대한 감정이 해결되지않았다고 주장한다.

많은 백인들은 미국 땅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미국이 모든 이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증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백인이 흑인을 진정으로 동등하게 여길 수 있는 있는 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기에 전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이민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많은 백인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도 미국이 떠안아야 할 큰 숙제다.

하루빨리 모든 이들에게 차별 없이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나와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며 어울릴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