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어린이날 하루 앞두고 합동분향소 찾은 어린이들 "어른들이 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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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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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중간고사로 미처 못 푼 여독을 풀었을 것이다. 막 끝난 시험 이야기에 찡그리다가도 떡볶이 한 접시에 훌훌 털어버리고, 넉넉하지 않은 용돈을 모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어버이날 선물을 골랐을 테다. “네가 애냐”는 구박에도 “어린이날 선물 사달라”며 졸랐을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은 영정 사진 안에서 보송하게 웃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열아흐레가 지난 4일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 등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연휴에는 유독 가족 단위의 조문객이 많았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시민들은 세월호 희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전국 곳곳에 흩어진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 옆에는 희생자들의 안식을 바라는 검은 리본, 실종자들의 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이 가득했다. 멀리서 마음을 담아 보내온 추모 문자메시지도 계속 늘어갔다.

[안산=남궁진웅 기자]


대전에서 안산까지 찾아온 9세 김영은 양은 조문을 하다 대뜸 엄마에게 “언니 오빠들 많이 죽은 거야?”라고 물었다. “응. 많이 죽었어”라는 엄마의 낮은 대답에 영은이는 “기도할게”라며 고사리손을 모았다.

부천에서 온 정영민(11세)․하은(9세) 남매는 아빠에게 먼저 분향소에 가고 싶다고 했다. 어린 남매는 “언니․오빠들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라며 자기 팔보다 긴 국화를 들고 수백 개의 영정사진 앞에 섰다.

“왜 어린이날 전날에 그렇게 슬픈 곳을 가야 해?”라며 부모에게 부렸던 A(일산․12세)군의 투정은 조문을 마치자 “형 누나를 바다에서 구해내지 못한 어른들이 미워”라는 원망으로 변했다.
 

[안산=남궁진웅 기자]

3일부터 시작된 침묵시위는 이날도 계속됐다. 희생 학생 부모 10여명은 정부 공식합동분향소 앞에서 ‘침묵’을 의미하는 하얀 마스크를 하고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을 향해 서 있었다.

두 손으로 ‘제발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주세요’, ‘나약한 부모에게 힘을 주십시오’, ‘제 아이가 웃을 수 있게 진실규명 바랍니다’라는 글을 들고 눈물이 말라 울지도 못하고 처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피켓을 들 힘도 없어서 였을까? 한 학부모는 “정부는 애들을 하루 빨리 구하라”라고 쓴 티를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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