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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한창이던 4일 오후, 안산 지역 번화가로 꼽히는 중앙역엔 한산한 기운만 감돌았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안산) = "(안산 사람이라면) 연휴라고 마음 놓고 놀 수 있겠습니까. 한 집 건터 상 당하는 판인데. 젊은 사람들은 정 놀고 싶으면 요새 가까운 시화에서 모이는 분위기에요."
연휴 두번째 날인 지난 4일 오후 2시께 안산 중앙역 인근에서 택시를 타니 기사분이 혀를 쯧쯧 차면서 이렇게 말했다. 안산 시내에서도 번화가로 유명한 곳이어서 세월호 사고만 아니었으면 쇼핑객들과 데이트족들, 학생들로 북적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군데군데 상점들도 문을 닫았고 한산한 거리엔 바람에 날리는 전단지만 유독 눈에 띈다.
세월호 참사로 200명 넘는 희생자를 낸 단원고 근처로 가면 사고의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인근 중국집 사장은 "평상시 같으면 학생들로 북적일 텐데 (세월호) 사고 이후 자주 오던 단골 학생들도 발길이 뜸하다"고 전했다. 이 중국집은 단원고 학생들을 상대로는 '반값 자장면'을 제공, 학생들에게 유명한 집이다.
그는 이어 "장사가 안되는 것보다도 충격을 받은 학생들이 빨리 정상을 찾는게 급한게 아니겠냐" 고 말했다.
단원고 인근 맛집으로 통하는 한 생삽겹살집은 사고 이후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사고 전엔 하루 4시간만 장사하면 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하루 종일 장사해도 기존 매출을 채우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 가게 사장 최은석씨(36)는 “사고 이후 유동인구가 2000명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가게 운영 보다 단골이었던 학부모들의 근황이 더 궁금하다.
최씨는 “TV뉴스에 나오는 유족 학부모님들 대부분이 우리 집 단골이었어요. 남일 같지 않죠”라고 했다.
이어 “희생된 학생들 중 부모님 손잡고 오던 아이들도 있었는데 너무 슬프네요”라며 말 끝을 흐렸다.
화랑유원지에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기 전 임시분향소로 사용됐던 안산올림픽기념관은 지금은 분향소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적막했다. 체육관 내 조문객들의 편지로 채워졌던 곳도 모두 떼어냈고 편지를 꼽아놨던 게시판도 치웠다.
단원고 정문앞엔 실종자의 무사기원을 바라는 편지와 각지에서 보내온 과자 등이 수북히 쌓였고, 이런 물품이 비에 젖지 않도록 가리개도 설치됐다.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로 한 단원고 여학생이 눈물을 흘리며 지나가 많은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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