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세월호 참사 그 후… 드라마 제작발표회 "울상 지으려면 왜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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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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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과천선'·'트라이앵글'·'너포위' 강행 vs '빅맨' 취소… 대비되는 행보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치아를 보이고 웃지 마라. 하면 안 되는 행사인데 하는 거다".

지난달 29일 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연출 박재범) 제작발표회 대기실에서 주연배우가 한 말이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개과천선' 팀은 제작발표회 당시 출연 배우들의 의상 색깔부터 디자인까지 제약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어두워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개과천선' 팀만이 아니다. 새로 시작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연출 진혁), SBS 수목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연출 유인식),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연출 유철용) 제작발표회 현장도 어두운 분위기였다. 평소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던 행사가 대폭 축소됐고, 활발하게 오가던 질의응답 순서도 생략됐다.

모든 제작발표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배우들의 묵념으로 시작했다. 배우들의 의상에는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노란리본이 달려 있었고 최고참 배우는 대표로 애도의 뜻을 밝혔다.

불피한 선택이었다는 제작진과 홍보팀의 설명에도 의문이 남는다.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에서 배우들이 꼭 울상을 지었어야 했을까. 한 배우의 말처럼 하면 안 되는 행사였다면 굳이 강행해야 했을까.

세월호 침몰은 이미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가슴 아파하는 국가적 참사이지만 애도가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겉으로 보여지기에 급급한 눈물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이날 출고된 세월호 관련 기사는 행사장에서 울기 직전의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배우들의 얼굴이 각 포털 사이트 메인을 점령하면서 묻혀버렸다. 드라마를 알리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는 행사가 오히려 폐를 끼친 셈이다.

이들과 다른 행보를 걸은 드라마가 있다. KBS2 월화드라마 '빅맨'(연출 지영수)은 예정되어 있던 제작발표회 일정을 취소했다. 모두가 슬픔에 빠져 있는 시기에 드라마 홍보는 예의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대규모 행사를 자제하고 기자들과 함께하는 조촐한 자리로 대체했다.

이 자리에서 배우 최 다니엘이 했던, "캐스팅 이후 캐릭터 분석과 밤낮 없는 드라마 촬영으로 힘들 때 가장 기다리는 게 제작발표회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로 모두가 힘겨운 가운데 우리만 잘 되겠다고 여는 제작발표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말은 되새겨 봄직하다.

국가적 재난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스타들. 그들이 편히 웃을 날을 기다리는 진짜 이유는 희생자 가족을 비롯해 온 국민의 마음에 볕이 들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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