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첫차’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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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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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업계를 풍미했던 기아자동차 브리샤 [사진제공=기아차동차]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첫차'를 대하는 그들은 무척 설렌 표정이었다. 어린이날 놀이동산에서 타던 범퍼카, 등굣길 학교 앞까지 바래다 준 08번 마을버스, 합격의 기쁨과 함께했던 운전면허시험 자동차, 중고차시장에서 발품을 팔아 마련한 SM5 525V, 별명을 부르며 친구처럼 지냈던 애마 등 각자 첫차에 대한 기억은 달랐지만 그 설렜던 느낌은 비슷했다.

자영업을 하는 백명현씨(61)의 첫차는 1977년식 기아 브리사 II K303였다. K303은 지금 기아자동차 K시리즈의 시초라 할만하다. 직렬 4기통 1300cc 엔진은 최고출력 73마력을 자랑했다. 구형 모델이 낯선 신세대들에게는 고급 외제차라고 해도 믿을 만큼 클래식하지만 볼륨 있는 몸매가 앙증맞은 차였다.

백 씨는 “아침에 정장차림으로 K303을 끌고 나가면 저녁에는 정비사처럼 기름을 뒤집어쓰고 귀가했다”며 첫차를 회상했다. 자동차 산업이 막 시작하던 시기라 타이어 불량품도 많고 도로여건도 나빠서 장거리 주행 중 펑크를 한두 번쯤 경험했다. 그는 “당시 서비스점이 대도시 중심으로 있어 부품은 중고 폐차점에서 구입했어야 했다”며 “면장갑 몇 켤레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녔다”고 말했다. 냉각기 성능도 좋지 않아 과열로 인해 국도에 차를 세우고 논두렁에 물을 뜨러 다녀야 했던 일도 부지기수였다.

손이 많이 가는 첫차였지만 이에 대한 의미도 남다르다. 그는 “첫차는 내 인생 최고의 전성기인 70년대 중후반에 나를 멋쟁이 총각으로 만들어준 고마운 녀석”이라고 정의했다. 첫차 K303을 3년 만에 떠나보내고 현대차 포니, 7인승 갤로퍼 등을 거쳐 현재 쌍용차 11인승 SUV 로디우스까지 모두 그의 발이 돼줬다.

희끗한 머리의 60대 그에게도 ‘드림카(꿈의 자동차)’가 있다. 그는 “마누라와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게 국내 곳곳 여행하고 싶다”며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캠핑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SM5 525V[사진제공=르노삼성]


직장인 장우진씨(34)의 첫차는 2007년 중고로 구입한 르노삼성 SM5 525V 모델이었다. 비록 중고차였지만 차를 워낙 좋아하던 그에게 자신만의 차가 생겼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었다. 장 씨는 사업을 준비하던 중 자금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첫차를 팔게 됐다. 그는 “대출 받으면서도 차는 안 팔았는데 보내면서 많이 울었다”라며 그 당시 아쉬웠던 기억을 곱씹었다.

그의 드림카는 애스톤마틴 뱅퀴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4.7초, 최고 속도 시속 306km로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뱅퀴시는 국내 정식 수입이 안 되고, 가격도 워낙 비싼 만큼 꿈의 자동차로 손색없다. 그는 “어릴 적 봤던 영화에서 한탕을 노리는 범죄조직원 중 한명이 ‘돈이 생기면 뱅퀴시를 살 거야’라고 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 내 드림카가 됐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1994년식 아벨라[사진제공=기아자동차]


사업을 하는 김진섭씨(41)에게 첫차는 ‘친구’였다. 그의 첫차는 중고차시장에서 발품 팔아 마련한 기아차 1994년식 아벨라 주황색이었다. 그는 첫차에 대한 애정을 담아 ‘키트’라는 별명도 지어줬다.

그 별명은 19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 제트(Z)작전>에서 따왔다. “키트 도와줘!”라고 말하면 어디서든 금세 달려오던 똑똑한 자동차는 그 시절 아이들의 로망이었다. 당시 남자 주인공 마이클보다 모래 먼지를 뒤로한 채 사막을 질주하던 날렵한 몸매의 인공지능 자동차 키트가 더 인기를 끌었다.

그는 “드라마 속 키트는 일상 대화는 물론 농담까지 나눌 정도로 위트가 넘쳤고, 고속 질주와 고공 점프 등 뛰어난 운전실력을 자랑했다”며 “내 첫차 키트와는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고, 속상했던 일은 하소연하며 친구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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