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열차가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을 넘어 비무장지대(DMZ) 임진강 철교에 이르자 객실 내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에필로그 OST가 흘러나왔다. 봄나들이에 나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던 승객들도 순간 숨을 죽인 채 임진강의 광경을 눈에 담았다.
현재 임진강역과 도라산역 사이의 임진강 철교를 지나는 열차는 코레일이 지난 4일 개통한 DMZ-트레인이 유일하다. 도라산역은 DMZ 내에 있는 남한의 최북단 역이다. 일반인의 도라산역 관광은 도라산 평화공원에서 발생한 월북 시도 사건으로 2012년 1월 전면 중단됐다 이번에 재개됐다.
지난 8일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DMZ-트레인을 타봤다. DMZ-트레인은 하루 두 번 왕복하며 서울역에서 도라산역까지 약 1시간20분 가량 걸린다.
하지만 실제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변수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다. 민통선을 넘어가기 직전 역인 임진강역에서 우리군 헌병의 1차 인원파악이 있고, 도라산역에 내리면 헌병들이 철저하게 출입 인원을 체크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서울역에서 도라산역까지 가는 데 10여분 가량 지연됐다. 특히 도라산역에서 오후 12시 10분에 출발하는 서울행 DMZ-트레인은 40여분이나 출발이 늦어졌다. 헌병이 파악한 도라산역 하차 인원과 탑승 인원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1~3호차 객실에 있는 모든 승객이 내려서 일일이 출석을 부르고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닌 후에야 미탑승 인원의 소재를 파악해 출발할 수 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것(인원파악에 따른 지연)이 DMZ-트레인의 또 하나의 추억거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는 민통선과, 분단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DMZ-트레인을 타고 도라산역에 내리면 두 가지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도라산역 인근을 도보로 둘러보는 자유여행이나 도라산역에서 출발하는 안보관광 코스다. 도라산역 인근에는 경기관광공사에서 조성한 평화의 공원이 있고, 안보관광 코스를 선택하면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도라전망대 및 제3땅굴을 관람할 수 있다.
사실 아직 DMZ-트레인은 미완의 열차다. 현재 개통된 구간은 서울역-도라산역 구간의 경의선 뿐이고, 청량리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경원선 구간은 오는 하반기에 개통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남과 북을 이어주는 철도가 남방한계선을 넘어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완성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도라산역을 넘어 개성까지 열차관광이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차경수 코레일 관광사업단장은 "지난 2009년 이전 개성 관광이 허용됐을 때에는 열차로는 물자 운송만 가능했고 일반 관광객은 버스만 이용할 수 있었다"며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돼 개성 관광이 재개되면 DMZ-트레인이 개성까지 연결되도록 현대아산 등 관련 업체 및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횡단철도의 시작점이 도라산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지난달 22~28일 평양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정례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유라시아횡단철도를 염두에 둔 때문인지 도라산역의 정식 명칭은 '도라산 국제역'이다. 도라산역 내에는 현재 이용되지 않는 남북출입사무소가 있다.
무엇보다 도라산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타는곳 '평양방면'이다. 아직 평양방면 옆의 전광판에는 서울행 DMZ-트레인밖에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는 '평양행' 열차를 기다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도라산역에 있는 통일부 광고의 문구처럼 도라산역은 '남쪽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번째 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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