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마하경영’ 핵심은 ‘빠른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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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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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위한 더 빠른 의사결정 체계 완성’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귀국한 뒤 삼성그룹의 ‘마하경영’체제 구축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이 고수해온 의사결정의 뼈대인 ‘바텀업(Bottom up) 소통체제’ 확산이 마하경영 성공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몰락하고 있는 일본 전자·IT기업들이 삼성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며 가장 많이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의사결정체제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이 회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톱다운(Top down)’ 체제로 정의 내리고, 이 회장의 1인 지배체제가 빠른 의사결정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의 의사를 듣고 이를 취합해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바텀 업’ 체제의 모범사례라고 치켜세웠다.

그런데, 공멸하는 자국 기업과 달리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의 차이는 오히려 정반대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삼성은 ‘바텀업’ 방식으로 빠른 의사결정체제를 뿌리내릴 수 있었던데 반해 일본 기업들은 하나의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고질적인 문화로 박혀있는 ‘신중함’ 때문에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시간이 너무나 느린 구조가 고착화 됐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의사결정체제의 특징은 전략의 방향성만 보고, 그 방향에 맞춰 무슨 전술을 세우거나 세세한 차원의 논의사안은 모두 사장 또는 임직원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은 이 회장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를 감지한 뒤, 이에 맞춰 단기간에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한다. 이 회장은 이 제안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면 ‘고(Go)!’ 사인을 내고, 맞지 않으면 다시 한 번 방향성의 의미를 생각하라는 말만 한다.

이 회장의 의사결정 체제의 또 다른 특징은 임직원들이 “스스로 생각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머릿속에 전략의 내용이 있지만 이를 부하 직원들에게 전달하면, 받는 사람마다 지식과 감성의 차이로 본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왜곡돼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 회장은 자신의 뜻을 설명하기보다 “이러면 어떨까?”고 물음을 던진 뒤 직원들이 이 회장의 뜻에 맞는 ‘정답’을 스스로 도출하도록 한다.

상사에 의존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면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의 돌발 상황에 임기응변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이 회장의 의사결정체제 덕분에 삼성그룹에서는 평직원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다. 직원들이 실패의 두려움 없이 일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종 판단은 반드시 이 회장 또는 사장이 하도록 한다. 직원을 통제하겠다는 게 아니라, 잘못 되면 상사가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마하경영을 주창한 이 회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에 심어놓은 이 같은 의사결정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말단직원도 혁신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자신의 뒤를 이어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 세 자녀들이 그룹을 맡게 됐을 때, 오너에 집중된 경영구조가 아닌 집단경영체제를 견고히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오너 1인이 기업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모든 제안은 임직원들이 하고 CEO는 그 제안을 ‘판단’하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마하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삼성그룹의 구조개혁도 이같은 빠른 의사결정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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