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경영을 주창하며 미래를 위한 ‘뉴 삼성’을 재건하고 있는 이 회장으로서 기업인 일생에 있어 가장 큰 결단을 내려야 할 중요한 시기에 건강이 악화된 것이다.
물론 삼성그룹은 탄탄한 경영지배구조체제가 갖춰져 있다. 또한 이 회장이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측은 11일 오후 현재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시술을 받고 현재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측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룹의 상징인 이 회장이 최근 수년래 거듭 입원치료를 받은 데다가 이번에 또 다시 입원한데 따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심장마비가 발생해 응급조치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지 삽관을 한 채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간밤의 긴박한 상황이 전해졌다.
이 회장의 입원으로 삼성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병원에 집결했으며, 계열사 사장 등 경영진도 병원이나 회사에 대기 중이다.
특히 미국 출장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부친의 입원 소식을 듣고 이날 급히 귀국해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강 문제, 다시 수면 위로
이 회장은 1942년생으로 올해 만 72세이다. 1999년 말 폐 부분 림프암이 발병해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이 회장은 병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왔으며, 의료진의 권유로 매년 겨울에는 기후가 따뜻한 해외에서 건강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호흡기 질환으로 이후에도 입원치료를 받으며 건강 악화설이 불거졌다. 지난 2008년 독감으로 1주일 이상 입원했으며, 2009년에도 기관지염으로 나흘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도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번져 열흘 정도 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이후에는 다시 이 회장이 정상적인 대내외 활동을 재개하면서 건강 문제도 잠잠해졌다. 지난 1월 출국해 해외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한 이 회장은 귀국 이후 닷새 만에 출근하는 등 출근경영도 재개했다. 최근 움직임이 활발한 삼성그룹사들의 사업 재편 및 인사 등을 직접 챙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회장이 다시 입원하게 되면서 건강 악화설이 재차 수면 위로 오르게 됐다.
◆삼성 경영에 변수 될까
삼성그룹은 이 회장의 국내 복귀를 전후해 지배구조 및 사업구성 재편을 빠르게 진행해왔다. 그룹 모태인 제일모직과 삼성SDI 합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 합병에 이어 삼성생명 지분 매각까지 대대적인 조정이 이뤄졌다. 가장 최근엔 그룹 지배구조 연결고리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SDS의 상장 추진이 결정돼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재편은 근본적인 사업체질을 바꾸라는 이 회장의 ‘마하경영’ 뜻에 따른 것이다.
오너의 건강 문제는 기업경영에 대한 안팎의 우려를 고조시킨다. 2008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보도가 나가고 애플 주가가 폭락한 것이 한 가지 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이 회장이 일주일째 병원에 입원했을 때 단순한 감기라는 발표에도 주가가 연일 떨어졌었다. 당시엔 또 신경영 20주년 기념 만찬을 연기해 이 회장에 대한 위독설이 번지기도 했다.
이 회장의 갑작스런 입원이 삼성그룹 경영에도 변화가 생길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회장이 회복중이기 때문에 당장 후계구도와 관련된 거론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다만, 이제 삼성으로서도 그의 갑작스런 부재시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해야 할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할 시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각 그룹들은 총수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준비를 하게 마련”이라며, “삼성도 최소한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