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금융부채가 1경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새로운 국제기준(2008 SNA)을 도입하면서 자금순환통계를 개편한 결과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와 금융 및 비금융법인,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자산과 부채를 합한 결과 우리나라의 총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1경2630조 원으로 개편 전보다 381조 원(3.1%) 증가했다.
부채 역시 9972조 원에서 1경302조 원으로 330조 원(3.3%) 늘어났다. 주식 및 출자지분과 직접투자는 제외된 규모다. 다만 기업의 대외투자 등 국외 부문 부채(1012조 원)를 제외하면 이 규모는 9000조 원대로 다시 떨어진다.
김영헌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정부 예금 및 상거래신용이 증가한 데 따라 금융자산이 늘었다"면서 "전체적인 흐름은 개편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과 정부는 모두 자산과 부채가 증가했지만,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감소했다.
비금융법인의 경우 정부 부문에 잡혔던 국립암센터, 지방개발연구원 등이 편입되면서 금융자산이 134조 원 늘었다. 정부 역시 외국환평형기금 등과 정부기업특별회계 등 금융부문에 잡혔던 부문이 넘어오면서 150조 원 증가했다. 자산 규모는 각각 1953조 원과 1172조 원이다.
총 금융부채는 기업이 2212조 원, 정부가 679조 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여기서 총액을 바탕으로 추계하는 정부 금융부채의 경우, 기관 간 내부거래를 상계처리하는 정부의 공공부문 부채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반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총 금융자산은 2636조 원으로 개편 전보다 6조 원(-0.2%) 줄었다. 총 금융부채 역시 1219조 원으로 같은 기간 4조 원(-0.4%)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758조 원)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60.7%로 개편 전(161.3%)보다 다소 낮아졌다. 부채보다 자산이 증가하는 속도가 조금 더 빠르다는 얘기다. 자산 대비 부채 배율은 개편 전과 동일한 2.16배였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가계 및 비영리 단체에 속해 있던 기업들이 일부 이관하면서 금융자산 및 부채가 소폭 감소했다"면서 "이에 따라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약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에 예금과 채권, 대출금도 용도와 기간별로 구분해 세분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채권의 경우 발행 만기 1년 미만인 단기채권이 174조 원이며, 1년 이상인 장기채권은 1826조 원이었다.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예금취급기관의 단기저축성예금은 556조 원, 장기저축성예금은 899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대출금의 경우 단기는 445억 원, 장기는 1741억 원이었다. 이로써 단기 채권과 저축성예금, 대출금을 모두 합한 1년 미만의 단기자금 총액은 1175조 원을 넘었다.
한편 한은은 이번 통계 개편으로 기초자료를 확보, 섀도뱅킹(Shadow Bankingㆍ그림자금융)에 대한 통계와 상세자금순환표를 작성해 각각 올해 말과 내년 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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