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일본 철강업계가 아시아 지역내 자동차용 강판 생산능력을 향후 3년내 현재보다 80% 늘리며, 포스코와 승부를 벌이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전개키로 함에 따라 한·일 양국 철강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일철주금과 JFE스틸, 고베 제강소 등 일본 철강 3사는 아시아 지역 자동차 강판 생산능력을 오는 2017년까지 연산 1100만t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2013년말 기준 생산능력에 비해 80%나 증가시킨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일본 자국내 자동차용 강판 생산능력은 1300만t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설비투자의 대부분을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됐다.
인도에서는 신일철주금이 400억엔(한화 약 4024억원)을 투자해 인도 타타스틸과 합작으로 인도 현지에 건설한 신공장이 이달 가동에 들어간다. 연산 60만t 규모로, 도요타 자동차와 스즈키 등의 인도 공장에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JFE가 900억엔(약 9054억원)을 투자해 지분 14.99%를 인수한 JSW스틸에 기술을 공여해 건설한 신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JFE가 2016년 가동을 목표로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신일철주금도 국영기업 크라카타우스틸과 연간 생산 능력 40만t 규모의 합작 공장 신설을 위한 최종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은 고베제강소도 중국안산강철집단과 합작 해 현지에 건설하고 있는 새로운 공장을 2016년에 완공할 전망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일본 자동차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일본의 철강업체들은 한국과 중국 등으로부터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다. 경쟁국 철강업체들이 제품 품질을 개선하자, 일본계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이를 채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철강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기업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 2009년 도요타 자동차 일본 공장에 차 강판을 공급해 일본 철강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긴데 이어 도요타, 닛산, 혼다, 폴크스바겐 GM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산재한 자동차 해외생산법인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완성차 공장 인근에서 직접 차 강판을 생산·공급해 납기 면에서 일본 철강사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포스코는 멕시코에 2개, 인도와 중국에 각각 1개의 자동차 강판용 공장을 운용중이며, 태국 공장도 곧 착공한다. 태국 공장까지 완공되면 포스코의 해외 자동차 강판 생산능력은 220만t으로 늘어난다.
현대제철도 잠재 위협요소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를 완공한 현대제철은 현재 자동차용 강판 생산량 전량을 계열사인 현대·기아자동차에 납품하며 일본산 차 강판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현대제철은 생산량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는 즉시 다른 자동차업체로의 판매도 시도할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향후 글로벌 철강산업의 패권은 자동차용 강판 시장을 누가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밀리고 있는 일본 철강업체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단기간 해외생산 능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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