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도입 후 고속철도(KTX) 운행 전까지 대표 열차이던 새마을호가 30여년만에 새로운 열차인 ‘ITX-새마을’로 교체돼 운행을 시작한다. 12일 서울역에서 출발해 부산으로 향하는 첫 ITX-새마을 열차를 타 봤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되니 서울역 승강장으로 검정 바탕에 빨간 줄무늬를 덧입힌 외관의 ITX-새마을 열차가 들어섰다.
이 열차는 기관차가 열차를 끌고 가는 기존 동력집중식이 아니라 바퀴에 고르게 힘이 전달된 동력분산식이라는 게 특징이다. 현재 KTX, KTX-산천, ITX-청춘에 적용된 동력분산식은 가속과 정지에 유리해 곡선 구간과 정차역이 많은 국내 철도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디젤이 아닌 전기로 이동해 때문에 연료통이 필요 없어 화재 위험이 적고 오염물질 배출 걱정도 덜었다.
열차 승무원 서예지씨는 “새마을호는 열차가 오래돼 통로도 좁고 화장실 등이 낡아 승객 불편이 있기도 했다”며 “좀 더 운행을 해봐야 알겠지만 열차 자체가 깔끔하기 때문에 승객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로 제작한 좌석은 짙은 남색 계열 바탕에 빨간 줄무늬로 열차 외관과 비슷했다. 6개 객차 구성에 객차당 좌석 수는 50~70석으로 총 376석이다. 새마을호는 8량에 356석으로 객차 수는 줄었지만 좌석은 늘어 빽빽한 느낌이 없지 않다.
서울 성북구에서 왔다는 길대희(21)씨는 “좌석 옆 전기 콘센트가 늘어난 것을 비롯해 내부 디자인이 개선됐다”면서도 “좌석 앞뒤 간격이 좁고 기존 새마을호에 있던 종아리 받침대가 없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동행하던 코레일 관계자는 “기관차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객차가 적은 것으로 객차당 좌석수가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다”라며 “좌석 재질이 견고하고 팔걸이 등을 얇게 만들어 오히려 승차감은 좋다”고 설명했다.
본격 궤도에 오르자 속도는 시속 100km를 상회했다. 열차 영업 최고속도는 시속 150km로 새마을호와 다르지 않다. 선로 자체가 이 속도까지만 낼 수 있도록 설계돼서다.
한편 ITX-새마을은 7월말까지 경부선·호남선·전라선의 전철화 구간을 운행하는 30회를 모두 대체하게 된다. 일부 비전철화 구간 새마을호 열차 9개 편성은 일일 20회를 종전과 같이 운행한다.
열차 요금은 새 열차 운행과 상관없이 당분간 기존 새마을호 운임과 동일하게 책정될 예정이다. 열차를 타던 승객들은 향후 요금이 올라도 선택폭이 없다면 이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무궁화호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다면 오른 요금에 굳이 이용할 것 같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통학하고 있는 대학생 장세영씨는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를 번갈아 이용하는데 두 열차 요금 차이도 몇천원”이라며 “만약 요금이 인상된다면 부담이 커져 새 열차보다는 무궁화호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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