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은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제작 초이스컷픽쳐스)에서 왕 정조(현빈)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왕의 그림자 상책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정재영을 만났다. ‘방황하는 칼날’에 이은 두 번째 만남에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이제는 드라마에서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하자 “출연 제의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슨 얘기인가 했더니 최근 다작을 하면서 스케줄이 꼬일 뻔 했다는 말이었다. “‘역린’의 시나리오가 좋아서 하고 싶었다”는 정재영은 “그런데 ‘플랜맨’이 끝나기 전에 첫 촬영이 예정돼 있었다. 겹치기 출연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고사를 했으나 감독님이 ‘플랜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합류할 수 있었다. 감독님 마음이 정말 고마웠고 크랭크인 한 달 뒤에 제 촬영분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참 길고도 긴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다모’가 방영된 지난 2003년 이후 10년만의 재회였다.
“사실 1년에 세 작품을 해도 되죠. 작품 당 3개월 정도 걸리니까요. 다만 홍보도 해야하고 인터뷰도 있어서 여건이 되지 않을 뿐이죠. 평소에도 이런 페이스로 활동을 해왔어요. 이번에는 평상시보다 한 작품을 더 한 것이죠.”
지난해 ‘우리 선희’부터 ‘열한시’ ‘플랜맨’ ‘방황하는 칼날’ ‘역린’ 등이 순차적으로 개봉했다. 특히나 ‘역린’은 출연 배우들끼리 끈끈하게 엮이기도 했다.
정재영은 “‘역린’ 단체 카톡방이 있다”면서 “박성웅이 만들었다. 진짜 호위무사 홍국영 같은 역할을 했다. 배우들 중에 딱 중간이 박성웅이다. 무대인사를 가면 항상 분위기 메이커”라고 말했다.
현빈에 대해서는 “제가 항상 옷을 입혀주고 벗겨줘서 그런지 아주머니가 된 느낌이었다. 편하게 촬영했고 많이 친해졌다”며 “제 와이프부터가 현빈 팬”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무대인사를 갔는데,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팬들의 갈증이 느껴졌다. 갓난아기를 안고 오신 팬들도 보였다. 팬심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사실 ‘역린’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다.
“아무래도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문을 연 정재영은 “신인 감독이 아닌 드라마를 통해 이미 익숙한 감독이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감이 높아져 있던 상태였을 것이다.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다. 이야기가 끊어지거나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만약에 이재규 감독이 아닌 신인감독이 연출을 한 작품이라고 한다면 다들 놀랐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평단과 언론의 반응과는 별개로 ‘역린’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봉 이후 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2일 전국 328만 4784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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