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세자릿수 갈까.... 경제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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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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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초반대로 밀리면서 '세자릿수' 환율도 가시화되고 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환율 하락이 수익성 악화 및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에 따른 내수확대 효과보다는 수출 감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내수활성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3원 내린 102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7일(1016.5원)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또 원ㆍ엔 환율은 올 1월초 이후 4개월만에 900원대로 하락했다.

원화 값이 최근 한 달 새 약 4% 오른 것은 크게 국내외 요인으로 나뉜다. 먼저 국내 요인은 2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다.

지난해 80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경상 흑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1%를 차지했으며, 올해도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쌓이면서 달러의 값어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국외 요인은 글로벌 달러 약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 원ㆍ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정부가 구두개입 등으로 하락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연내 1000원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당장 원ㆍ달러 환율 하락의 영향이 가장 큰 업종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국내 생산분의 75∼80%를 수출하는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경우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2000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올해 원·달러 환율 기준을 1050원으로 설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했지만 최근 환율 추세에 따라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대응 전략을 수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도 환율에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조선은 선박 한 척당 수주 금액이 많고, 수주액을 여러번에 걸쳐 나눠 받기 때문에 특정 시점의 환율에 민감하다.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지면 자재값 인상으로 선박 가격은 올라가는데 비해 수주금액은 정해져 있어 업체가 손해를 떠안게 된다.

전자업계는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편이다.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데다 달러화 외에 엔화·위안화·유로화 등 결제통화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해외공사가 많아 당장은 환율 영향이 크지 않다. 그러나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해외 신규 프로젝트 수주 때 입찰 경쟁력이 낮아지는 등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방어 여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는 대기업보다 심각하다. 기업은행이 지난달 16~18일 중소기업 105곳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달러당 1030원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설정한 기업이 40.8%를 차지했다. 이들 기업은 달러당 평균 1052.8원을 손익분기점으로 꼽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하락에 대한 기업들의 내성은 어느정도 생겼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상황상 수익성 악화 및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환율하락은 경제성장률도 끌어내린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원·달러 환율 하락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4분기 평균 환율 1000원, 연평균 환율 1028.5원에 이른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21%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원화가 강세면 상대적으로 수입물가를 떨어뜨리는 만큼 이제 내수 부양 정책을 펼칠 때라고 제안한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환율 하락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원화 가치가 상승하고 환율은 하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만큼 내수 부양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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