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또는 상장 등 먼 훗날로만 보이던 에버랜드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건희 회장의 병세로 훨씬 앞당겨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 와중에 그동안 에버랜드 지분 투자 후 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던 KCC는 수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 에버랜드, 승계구도에 관심 폭증
오너일가의 지분이 많은 삼성SDS의 상장추진 이후 다음차례는 에버랜드라는 관측이 어느 정도 있어 왔다. 그런데 이 회장의 와병이 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이렇다. 이건희 회장이 현재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상속하게 된다. 이 지분은 상속세 등을 납입한 후에는 10%대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기존 삼성생명 2대주주였던 19.34% 지분의 삼성에버랜드는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삼성금융지주회사 설립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된 이후엔 지배구조 정점에서 3세들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분구조 개편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중 하나가 상장설이며,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합병 등의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 에버랜드 상장설에 설레는 KCC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의 자산가치가 상승하면 이 회사의 지분 17%를 보유한 KCC가 득을 보게 된다.
지난 2011년말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에버랜드 지분 17%를 KCC가 인수할 때 시장은 다소 의아한 반응이었다. 지분 인수에도 경영권을 행사하기 힘들 뿐 아니라 상장을 앞둔 것도 아니라서 투자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KCC는 당시 인수 목적으로 삼성그룹 매출 증대를 기대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수주물량이 적어 사업적 시너지도 크지 않았다.
이랬던 KCC가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이라도 하게 되면 투자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는 “삼성그룹 3세들이 삼성SDS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 상승으로 상속세나 핵심 계열사 지분매입 자금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자금이 부족해 에버랜드의 상장 추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CC가 지분 인수 당시 바이백 옵션을 달지 않은 것을 보면, 에버랜드 상장은 뜻밖의 수확이다. 여기서 바이백은 에버랜드가 특정 연한에 상장을 못하면 주식을 되사주는 조항이다. 다른 해외 사모펀드 등은 이 옵션을 요구해 결과적으로 KCC가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 KCC는 상장차익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백 조건을 달지 않은 덕분인지 KCC는 당시 시장 평가보다 훨씬 값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해 상장시 투자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25.1%를 보유 중이다. 또 두 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도 각각 8.3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의 지분도 3.72%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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