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준영ㆍ양종곤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낙하산 인사를 비롯한 적폐 척결을 언급했으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임원 절반 이상을 정ㆍ관계 출신으로 채워가며 역주행하고 있다.
코레일은 해마다 연안여객선 이용자 대비 3배 이상 많은 승객을 실어나르면서도 KTX부터 지하철까지 보름이 멀다하고 사고를 내고 있다.
14일 코레일 및 자회사 4곳(코레일네트웍스ㆍ테크ㆍ유통ㆍ로지스)이 이날까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내놓은 임원현황을 보면 전체 등기이사 37명 가운데 51.4%에 해당하는 19명이 정ㆍ관계 출신이다.
코레일은 등기임원 전원을 집계하거나, 사내이사만 봤을 때 모두 정ㆍ관계 출신이 절반에 이르렀다.
최연혜 사장을 비롯한 등기임원 15명 가운데 53.3%에 달하는 8명이 낙하산 인사로 거론된다. 사내이사는 6명으로 이 가운데 3명도 정ㆍ관계에서 왔다.
코레일 사내이사인 최 사장, 조노영ㆍ손창완씨와 사외이사 유재흥ㆍ손봉균ㆍ최윤철ㆍ정수일ㆍ조석홍씨가 여기에 해당한다.
상임이사 정원 4분의 3을 정ㆍ관계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자회사도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김오연 대표를 비롯한 상임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낙하산으로 꼽힌다.
김 대표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맡고 있는 여의도연구소에서 일했으며,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도 거쳤다.
박율근 사내이사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으며, 회사가 13일치 인사현황에서 밝힌 천성열 감사도 대통령 직능건설본부 미래건설대책위 특임을 맡았다.
코레일테크는 전체 임원 5명 가운데 60.0%에 해당하는 3명이 정ㆍ관계 출신으로 낙하산 비율이 가장 높았다.
청와대 출신인 윤영범 대표와 사외이사 우청택ㆍ백응섭씨가 여기에 포함된다.
코레일유통도 장주식 대표와 사내이사 이병윤씨, 사외이사 이안섭씨가 정ㆍ관계 출신이다.
코레일로지스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동진씨는 국토교통부 전신인 국토해양부에서 일했다.
◆"정치하려면 사표부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013년 10월 취임한 지 수개월 만인 올해 초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최 사장 측 옛 지역구인 대전 서구을 당협위원장 인선을 청탁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2012~2013년에만 10조원에 맞먹는 손실을 기록한 코레일 수장이 제사보다는 잿밥만 챙긴다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당시 최 사장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선에서 내게 도움을 준 여러 당원에 대해 배려해줄 것을 부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코레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20여일 만인 8일 경인선 전동차 역주행 사고를 일으켰다.
참사 일주일도 안 된 4월 22일은 지하철 1호선 독산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근로자가 작업열차에 치어 숨졌다.
같은 달 11일에는 전산장애로 인터넷ㆍ스마트폰 예매가 중단됐으며, 3일은 서울 지하철 4호선 궤도이탈 사고가 났다.
◆"임원추천위 중립 상실"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가 중립성을 회복하지 않는 한 낙하산 관행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는 "중립적인 시각을 갖추지 않은 인물이 번번이 내부승진 절차 없이 공공기관 임원에 오르고 있다"며 "임추위가 전문가 풀을 활용해 인사를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노조는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천성열씨를 감사로 선임한 사실조차 몰랐다"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것 역시 가장 투명해야 할 감사를 비롯한 임원 자리를 낙하산이 차지한 탓"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 측은 정ㆍ관계 출신을 임원으로 뽑더라도 전문성이 인사에 충분히 반영된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천성열 감사가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선거대책본부 산하기구에서 일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상지대에서 건설시스템공학 교수를 지낸 점을 높이 사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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