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여야 후보들이 잇따라 대규모 지역개발과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선거판을 휩쓸었던 막걸리·돈봉투 선거는 근절됐지만, 장밋빛 청사진만 내놓는 ‘환심성’ 공약들이 판치면서 정책경쟁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후보들은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인 용산역세권 개발부터 해저터널, 신공항 등 토건사업 뿐 아니라 산모·신생아 돌봄서비스과 간병보험제도, 입학금 폐지 등의 복지 공약을 내놨다.
전국의 강남화를 노리는 4050세대의 투기심리와 내 자식만은 서울로 보내는 구분짓기에 익숙한 30대, 돈 한푼이 아쉬운 이른바 '88만원 세대'에 노출된 20대를 각각 노린 공약이다.
또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방선거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공약 실행을 위해 5조 5000억원과 27조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여야의 지방선거 공약과 지난 총·대선 공약이 거의 비슷해 사실상 졸속 공약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눈여겨볼 대목은 2013년 체제 논쟁이 뜨거웠던 지난 대선 이후 첫 전국단위 선거인 오는 6월 지방선거 공약 중 80%가 대규모 개발공약이라는 점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같이 밝힌 뒤 “국책급 개발공약이 국민적 합의 없이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며 “공약의 책임과 범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4년 전에 달랐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친환경무상급식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당시엔 복지공약이 60.08%에 달했다. 개발공약은 39.92%에 불과했다. 개발보다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개발공약 남발이 여야 간 정쟁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기초연금과 기초선거 무공천 등을 둘러싼 장기간 대치로 인해 여야가 공약 플랫폼을 만들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여야 후보자들이 앞다퉈 매머드급 개발공약을 던지며 표심을 유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국책급 사업으로는 △용산역세권 개발(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충청권 순환 고속철도망 구축(새정치민주연합의 충청권 핵심 공약) △동남권 신공항 건설(여야 공통 공약) △새만금사업 SOC(새정치민주연합의 호남권 공약) 등이 꼽힌다.
문제는 공약 실행을 위한 사업 주체권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용산재개발의 경우 과연 서울시장이 추진할 수 있는 문제냐는 것이다.
지역개발의 실제 추진 주체는 지자체가 아닌 국토부다. 지역개발의 절대적 권한이 광역단체장에게 있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결국 지자체장이 사업 주체 사이에서 로비를 할 것이란 주장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오세훈 전 시장이 용산역세권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인허가 때문이었다. 이제는 시장 권한 밖에 있는 코레일 등의 이해주체 간의 문제”라며 “서울시장은 ‘중재’만 할 수 있다. 그것을 ‘내가 추진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의 경쟁자인 박원순 시장도 타당성 조사결과 실익이 없다고 판정 받은 경전철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야권은 새만금, 해저터널 문제 등 지난 총·대선 당시 당 내부에서조차 이견 차를 노출한 공약을 재탕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이와 관련, “대규모 개발사업이 일부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오지만, 문제는 부채에 허덕이는 지자체의 시행 가능성”이라며 “재정이 없는 상태에서 과잉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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