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외국계 은행들이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영진들의 고액연봉은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악화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여전한 경영진들의 연봉잔치에 내부 불만도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1분기에만 받은 보수는 16억5800만원이었다. 보수에는 급여 1억7500만원과 상여금 8억9600만원, 이연지급보상 5억3600만원이 포함됐다. 월급으로 따지면 한달에 5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은 셈이다. 하 행장은 지난해에도 은행과 지주사에서 28억8700만원을 챙긴 바 있다.
문제는 하 행장의 보수와 실적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씨티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6.9%, 전분기보다 51.3% 급감했다.
씨티은행은 거듭된 실적악화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씨티은행이 최근 점포 통폐합 대상 56곳의 명단을 확정하면서 2011년 전국 222곳이던 씨티은행의 점포는 134개로 88개(40.0%)나 줄게 됐다. 이에 따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은 점포폐쇄로 내몰고 있으면서도 (하 행장이)거액의 보수를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측에서 주장하는 '경영의 효율화'는 이미 이뤄졌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지점 한곳이 내는 순익은 11억4000만원(해외용역비 계상)으로 신한은행(14억2000만원)에 이어 은행권 2위로 집계됐다. 국민은행(7억4000만원)보다 높고, 같은 외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9억2000만원과 비교해도 양호한 편이다.
노조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이미 최소 수준의 지점과 인원수로 영업중이기 때문에 경영진이 말하는 시장상황에 따른 선제적 대응은 이미 이뤄져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편 SC은행도 1분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SC은행은 285억7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대비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955억원의 순이익을,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는 99억원의 순이익을 낸 바 있다.SC은행은 "일회성 특별퇴직프로그램 비용 약 340억원이 1분기에 반영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며 "업계 전반에 걸친 어려운 시장환경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리차드 힐 전 SC은행장의 올 1분기 보수총액은 5억6800만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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