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자동차 리콜 양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5-17 21: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미국에 와서 좋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수많은 종류의 자동차를 보는 즐거움이었다.

일반 승용차에서부터 각종 SUV와 트럭은 물론 어쩌다 마주치는 럭셔리 차량들은 '아, 여기가 자동차의 천국이라는 미국이 맞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한국 브랜드의 챠량들도 미국 도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요즘 워싱턴 지역 같은 경우 길거리에 굴러 다니는 차 10대 가운데 1대 정도는 한국 자동차처럼 여겨질 정도로 많다.

예전에 미국에 오기 전 캐나다에 살때 중고차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적이 있다. 2000년 초였다. 이 차 저 차를 고르다 역시 중고차를 사러 나온 캐나다 사람을 만나 물어봤다. "중고차를 사려고 하는데 한국차가 어떻겠냐?"고 말이다.

자동차에 대해 자칭 전문가라는 그 캐나다 사람 왈, 한국 자동차는 절대 사지 말란다. 눈이 많이 오는 캐나다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탔다가는 길에 눈 녹으라고 뿌린 소금에 차량 하부가 쉽게 부식되고, 고장이 잦아 수리비가 엄청 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역시 자동차는 '일본차'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한국 자동차는 고등학교 때 운전면허를 갓 딴 아이들한테나 사주면 딱 맞을 것'. 하지만 지금은 판도가 완전 바뀌었다.

미국에서 실시하는 각종 안전테스트에서 한국 자동차는 항상 최고 등급을 받고 있으며 높은 연비와 세련된 디자인, 그리고 많은 기본 장착 옵션기능이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차량 결함이 발견될 경우 즉각적인 리콜 조치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도 한국 자동차의 인기 상승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미국 교통당국은 지난 16일 미국의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가 엔진 점화장치의 결함을 미리 알고도 리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3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제너럴모터스가 5년 전까지 자사 제품의 결함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벌금이 아니라 뚝 떨어진 소비자의 '신뢰'다. 결함을 숨기는 회사의 자동차를 누가 사겠는가?

앤서니 폭스 교통장관은 "안전은 미국 정부의 최우선 정책으로 모든 제조업체가 안전 관련 결함을 제때 보고하지 않고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반드시 책임을 질 것이라는 점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리콜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바로 일본의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 달 9일 "2004년~2013년에 생산된 27개 차종 총 639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자동차 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지난 2월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프리우스' 190만대를 소프트웨어 결함 문제로 리콜한 후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번째 대규모 리콜이다.

문제는 이 도요타 업체 또한 자동차 결함을 숨겼던 전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도요타는 2009~2010년 미국 시장에서 급발진 문제와 관련해 허위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미국 법무부에 뒤늦게 인정하고 자동차 업계 최대 벌금인 12억 달러(약 1조2500억원)에 합의한 바 있다.

리콜(Recall)이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때 제조사나 유통업자가 스스로 또는 정부의 명령에 의해 공개적으로 결함 상품 전체를 수거해 교환, 환불, 수리 등의 위해 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제작 과정상 문제로 인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때,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다수의 자동차에서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리콜을 시행한다.

어느 제품이나 결함은 생길 수 있다. 물론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제조사의 가장 큰 책임이지만 자동차의 경우 수많은 부품과 복잡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결함은 생기기 마련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차량 결함은 신속한 리콜조치가 없을 경우 소비자의 목숨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쉬쉬하며 숨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리는 문제가 드러난 다음에 고치는 것이지만 리콜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위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차량을 미리 수리해 주는 예방책이라고 한다.

얼만큼이나 신속하게 결함을 발견하고 또 신속한 리콜조치를 하는가가 자동차 업체가 장수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한국 브랜드의 자동차는 일본의 도요타나 미국의 제너럴모터스가 저지른 것과 같은 불명예스럽고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2024_5대궁궐트레킹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