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황해시대' 미래를 그리다] ⑨ 동아시아의 문화적 토양 – 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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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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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공자사당에서 제례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사진=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대다수의 희생자인 고등학생들은 고분고분하게 객실에 남아 있었다. 이는 잘못된 재난구조 상황에서조차 나이 많은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한국 유교문화의 가차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회사 경영자, 선장, 승무원 각자가 자신이 세상을 책임지는 존재라는 선비적 사명감과 자질, 즉 인(仁)과 의(義)의 도덕을 몸에 익혔더라면 사고는 그렇게 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광억 서울대 명예교수>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유교 논쟁이 일고있다. 일부는 한국의 뿌리깊은 유교문화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반면 유교의 선비문화 실종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중·일 유교문화권의 현실과 발전뱡향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 유교문화권에 포함된다. 역사적으로 7~8세기 수 당나라 시대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유교는 한·중·일 삼국의 문화적 공통성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서양문화가 동아시아에 침투하기 시작하며 점차 희석되기 시작했다.

유교 발원지로 불리는 중국은 근대화 과정에서 루쉰을 비롯한 지식인들이 신격화된 공자와 봉건통치 질서로서의 유교이념을 철저히 배격했다.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린뱌오와 공자를 겨냥한 비림비공(批林批孔) 운동으로 철저히 부정되고 탄압받았다. 공자의 유적과 공자를 모신 사당 등이 대대적으로 훼손됐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중국은 다시 유교문화를 복원시키고 있다. 개혁개방 후 경제 고속성장으로 계층 지역간 격차로 사회적 갈등이 초래되면서 유교를 끌어들여 사회를 안정시키는 한편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활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공자학원은 전 세계적으로 나날이 확산되고 있으며 중국 CCTV에서 논어를 강의한 교수는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등 죽었던 공자가 되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그들의 전통 종교로 뿌리깊게 작용하고 있는 신도(神道)와 중국과 조선으로부터 전래된 불교, 그리고 유교가 한데 섞이면서 '신·불·유'가 서로 공존하면서 일본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교 문화가 옅은 게 특징이다. 일본이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문명을 적극 수용하며 유교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특히 태평양 전쟁 종식 후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근대화가 뒤쳐진 이유로 유교를 꼽으며 유교를 철저히 부정하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일본의 기업문화가 유교에 기반하고 있는 등 여전히 유교적 잔재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한·중·일 삼국 중에서 유교가 가장 뿌리깊게 자리잡은 곳이다. 유교는 삼국시대때 중국에서 한자와 함께 우리나라로 건너왔다. 이후 고려말 성리학이라는 신유학이 들어오면서 조선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시대 흐름에 따라 발전돼왔다. 이후 1970년대의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성장과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바탕에도 유교는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엔 한류 열풍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게 된 한국인들이 전통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유교 문화에 눈을 돌리면서 전통적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유교는 동아시아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리잡아가면서 한·중·일 삼국의 발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최근엔 한·중·일 삼국이 경제통합 과정에서 문화적 가치를 공통분모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교가 그 한가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교라는 공통된 문화적 가치는 한·중·일 삼국간 역사적·정서적 갈등을 완화시켜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신뢰·질서·관용을 중시하는 윤리적 경제관, 자연과의 조화, 돈이 아닌 사람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경제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유교적 가치관은 서구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질서의 문제점을 보완해 한·중·일 경제 공동체가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발돋움하고 더 나아가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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